1편 서브는 나부터 – 첫사랑의 시작처럼
테니스를 처음 배우러 간 날,
나는 어딘가 첫 소개팅 자리에 나온 사람처럼 긴장해 있었다.
운동화는 새것이었고, 라켓은 빌린 것이었다.
코치가 내게 “한 번 서브 넣어볼까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어깨가 굳은 채 공을 놓쳤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오래전 첫사랑이 떠올랐다.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던 젊은 날의 내가, 테니스 코트에 다시 서 있는 듯했다.
서브는 테니스에서 유일하게 ‘내가 먼저 시작하는’ 기술이다.
상대방은 공을 기다릴 뿐, 첫 동작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어려웠다.
어떤 높이로,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힘을 줘야 할지 감도 안 왔다.
손목은 과하게 꺾였고,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코치는 웃으며 말했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예요.”
돌아보면 인생에서 많은 순간들이 서브와 닮아 있었다.
첫 연애, 첫 직장, 첫 아이…
누군가는 먼저 다가가야 했고,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시작은 어색했고, 불안했고, 종종 실패로 끝났다.
나는 클럽에 가입하면서 주말마다 테니스 레슨을 받았다.
혼자 오픈 클래스에 등록해 라켓을 들고 서 있는 그 어색한 순간.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봐 괜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시간.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와 짝이 되고,
서로 어설프게 인사를 나누고,
공을 주고받는 순간의 떨림.
그게 꼭 낯선 사람과
첫 대화를 시작하던 예전의 나와 같았다.
테니스 서브를 배울 때, 코치는 항상 말한다.
“정확도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일단 자신 있게 던지고, 스윙하세요.”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회사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아이 앞에서의 조심스러운 충고, 아내에게 먼저 손을 내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자신감’보다 ‘시작’이 먼저였다.
기억나는 날이 있다.
겨울이 막 끝나던 3월, 바람이 아직 찼던 토요일 아침.
나는 유난히 공이 맞지 않아 연속으로 실수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여성 파트너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아까 계속 네트에 걸렸어요. 힘 빼면 괜찮아져요.”
힘을 뺀다는 말이 그렇게 따뜻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힘을 빼는 서브’를 연습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상대방이 리턴을 못한 ‘득점 서브’를 만들었다.
내가 웃었고, 그녀도 웃었다.
테니스의 시작은 서브지만, 관계의 시작은 미소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테니스 코트에는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다.
그곳에서 나는 오랜만에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았다.
한 번은 중년 남성과 더블스 파트너가 되었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서브는 공보다 마음을 던지는 겁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그날 경기 후반
내 마음은 조금씩 그 문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마음을 내어놓지 않으면, 상대는 받을 준비조차 못 한다.
그리고 그건 연애든, 육아든, 인간관계든 똑같았다.
나는 아직 서브가 불안하다.
공이 자주 아웃으로 나가고, 손목에 부담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두렵지 않다.
그날의 공이 잘 들어가든, 아니든
내가 코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음’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서브 연습을 할 때, 내 삶을 함께 점검한다.
이번 주에 내가 먼저 건넨 인사,
내가 먼저 내민 손,
내가 먼저 꺼낸 대화는 몇 개나 있었을까.
무엇도 먼저 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관계도, 기회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서브 하나로 시작한 내 테니스는
이제 조금씩 삶 전체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운동 후의 뿌듯함,
낯선 사람과 웃으며 라인을 나누는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먼저 움직이는 용기.
그것은 오래전 첫사랑의 시작처럼 서툴렀고,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 던짐 속에 나의 변화가 담겨 있다.
테니스에서 서브를 넣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자세가 아니라
공을 쥔 손을 먼저 들어 올리는 단순한 결심이다.
삶도 같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공 하나씩을 쥐고 있다.
그것을 던질지, 말지.
시작할지, 멈출지.
그건 오직 나의 선택이다.
서브는 내가 먼저 던져야 시작된다.
그건 테니스의 원칙이자,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진실이다.
다음 이야기
처음 서브를 넣으며 나는 ‘시작하는 용기’를 배웠다.
하지만 공이 날아오기 시작하면, 시작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공을 정면에서 받아내야 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나를 믿고, 그대로 마주 서는 자세.
그게 바로 포핸드였다.
다음 편에서는 테니스 포핸드를 배우며 다시 떠올린 취업 시절의 기억을 꺼내보려 한다.
익숙한 손으로도 맞서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날의 포핸드가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힘이 되었는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