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더블스는 동행이다 – 결혼이라는 팀워크
더블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스윙만 생각했다.
내가 잘 쳐야 이기고,
내가 실수하면 미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분명 내 공은 괜찮았는데,
랠리는 이어지지 않았고
점수는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코치가 말했다.
“더블스는 공 하나만 보는 게 아니에요.
파트너의 위치와 눈빛, 리듬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멈칫했다.
무언가 낯익은 장면 같았다.
결혼 초반의 우리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은 더블스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경기이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빛나기란 어렵다.
한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좋은 플레이도 빛을 잃는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샷도 헛되다.
처음 결혼했을 때,
나는 마치 혼자 포핸드 연습하듯 살았다.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성실하게 일하고, 주말엔 함께 시간을 보내려 애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내가 지쳐 있었다.
“당신은 너무 앞서가.
나는 아직 준비 안 됐는데 자꾸 나만 느린 사람 같아.”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함께하자는 내 말이 왜 부담이 되었을까?
그러다 더블스를 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알아갔다.
더블스는 혼자 잘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나도 기다려야 하는 경기였다.
경기 중 내가 전진해 있을 때,
파트너가 뒤에서 백핸드를 버거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는 자연스레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된다.
그렇게 호흡을 맞춰야
다음 공이 이어진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무 앞서 나가면, 둘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
함께하는 리듬이 깨진다.
더블스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거리감’이다.
너무 가까우면 충돌하고,
너무 멀면 사이에 공이 떨어진다.
우리는 결혼 초반에 자주 부딪혔다.
말투 하나에 상처를 주고받았고,
사소한 생활 패턴의 차이로 날이 서기도 했다.
그러다 점점 그 거리의 감각을 익혀갔다.
가까우면서도 부딪히지 않는 거리.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숨 쉴 수 있는 간격.
더블스에서 랠리가 길어지면,
서로의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네트 플레이어가 뒤로 빠지고,
기다리던 쪽이 앞으로 나간다.
상대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역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게 바로 ‘함께하는 경기’의 묘미다.
결혼도 그렇다.
처음엔 내가 모든 걸 주도했지만,
육아가 시작되며 역할이 뒤바뀌었다.
나는 퇴근 후 설거지를 하고,
아내는 아이를 재우느라 밤을 새웠다.
서로의 역할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위치에 서는 것,
그게 우리 결혼의 더블스 전략이었다.
더블스에서 가장 큰 금기 중 하나는
실수한 파트너에게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경기 중에 표정이 굳고, 말이 뾰족해지면
그날 경기는 거의 끝난 셈이다.
결혼도 다르지 않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순간 내뱉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다음 점수를 망가뜨리는지 모른다.
요즘은 더블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공을 놓쳐도, 백핸드가 네트에 걸려도,
“괜찮아요. 다음 공 있어요.”
그 말은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
완벽한 경기보다
다시 이어가는 경기가 더 소중하다는 걸
우리는 결혼을 하며,
더블스를 하며 배워가고 있다.
가끔 경기가 잘 풀릴 때가 있다.
호흡이 착착 맞고,
서로 눈빛만으로도 공의 방향을 예측한다.
그럴 땐 이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결혼도 그렇다.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함께 웃는다.
“지금, 참 잘 맞는다.”
그 말 하나면 충분하다.
다음 이야기
테니스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공이 날아오는 경기다.
어느 날, 갑작스레 바람이 불고,
예상했던 궤도와 전혀 다른 코스로 공이 튄다.
육아도 그랬다.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았고,
내가 아는 모든 기술이 무력해지는 순간이 왔다.
다음 편에서는
‘네트 플레이와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예측 불가능한 삶을 마주하는 기술,
그리고 그 앞에서 배운 유연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