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인생을 찾다》

5편 발리 플레이처럼 – 육아는 찰나의 반응력

by 라이브러리 파파

테니스 발리(volley)는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라켓으로 받아치는 기술이다.

순간을 놓치면 기회는 사라지고,
머뭇거리면 공은 이미 지나간다.
그래서 발리는 준비보다 ‘감각’이 먼저이고,
계산보다 ‘반응’이 먼저다.



육아도 그랬다.
아이가 울고, 물고, 뛰고, 던질 때
책을 읽던 내 손은 멈추고,
커피를 마시던 내 입은 일시 정지되었다.

그 순간의 나는 항상 ‘지금, 바로’

움직여야 했다.
아이가 떨어뜨린 물컵,

갑작스러운 고열, 예상 못 한 질문.

그건 하나같이 예고 없는

공처럼 내게 날아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매일같이 발리 플레이를 연습했다.


책상 앞에 앉은 지 3분 만에

“아빠, 똥!”이라는 외침에 달려가야 했고,

밤 11시에 갑자기

“내일 체육복 어디 있어?”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었다.
그건 이미 ‘생존의 반응력’이 필요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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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에서 발리를 잘하려면
상대방이 어떤 스윙을 하는지

끝까지 봐야 한다.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끝까지 봐야 했다.

짜증인지 울음인지, 졸림인지 아픔인지.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

걸음걸이 하나에
그날의 컨디션이 담겨 있었다.

그건 매뉴얼로는 배우지 못한 감각,
함께 지내며 자연스럽게 익힌 리듬이었다.

한 번은 아이가 계단 끝에서

망설이다가
뒤를 돌아보며 나를 봤다.

그 눈빛을 보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벌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대로 내 품에 안겼다.


그 찰나의 순간은, 내가 테니스에서

발리를 받아낼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한 반응의 경험이었다.


‘지금이다’라는 내 안의

센서가 켜지는 느낌.

그것이 육아라는 경기의 본질이었다.

발리는 혼자 하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공격해야만 발리도 가능하다.
공이 날아오지 않으면
나는 기다릴 뿐이다.


육아도 그렇다.
아이가 어떤 상황을 던지기 전까지
부모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
반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처음엔 아이가 우는 소리만 들어도 당황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 몰라
허둥지둥 병원에 전화를 걸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점점 반응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때는 한 걸음 물러섰고,
어떤 때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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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훈련된 발리의 감각과 다르지 않았다.

테니스 발리는 타점이 매우 짧고 불안정하다.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고,
강한 힘보다는 정확한 위치가 중요하다.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큰 결정보다, 작은 선택이 쌓여
아이의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들기 전 읽어주는 짧은 동화 한 편,
눈을 맞추고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한 문장.
그것이 아이의 내일을 바꿨다.


가끔 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아빠는 왜 일해?”
“아빠는 나중에 어디 가?”
그럴 때마다 나는 발리처럼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정확하지 않아도 좋다.


아이의 질문은 반응을 기다리는 공이니까.
나의 대답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순간 ‘받아주었다’는 기억은 남는다.

육아는 게임이 아니다.
점수도 없고, 이기고 지는 기준도 없다.

하지만 매 순간 반응하며 살아가는 경기라는 점에서
테니스와 닮아 있었다.
그리고 발리 플레이를 배우며
나는 육아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다가오는 삶의 공.
그것을 품듯 받아주는 사람.

그게 부모다.


다음 이야기
삶은 실수투성이의 랠리다.

우리는 매일 공을 놓치고,
네트에 걸리기도 하고,
라인을 넘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수야말로 인간의 기술이다.


다음 편에서는

‘언포스드 에러와 인간관계’를 통해
실수와 용서, 그리고 관계 안에서

다시 이어가는 법을 이야기해 본다.

월, 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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