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언포스드 에러 – 사람 관계에서 나오는 실수들
“죄송합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어요.”
사람 사이에서 가장 자주,
가장 절실하게 쓰게 되는 말이다.
이유도 없고, 악의도 없고, 목적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 상처를 받았고,
나도 모르게 관계가 어긋나 있었다.
테니스에서는 이런 실수를
언포스드 에러(unforced error)라 부른다.
상대방이 특별한 압박을 주지 않았는데
순전히 내 실수로 공을 놓친 경우.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조금만 더 힘을 뺐으면
넣을 수 있었던 공이었는데
그걸 놓친다.
그리고 그 점수는 그냥 상대에게 넘어간다.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수없이 언포스드 에러를 저질렀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이, 더 자주.
아내에게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
아이의 감정을 미처 읽지 못한 반응,
친구의 연락에 하루 이틀 미뤄서 보내버린 답장.
그건 테니스로 따지자면
서비스라인 안에 넣으면 되는 공을
힘줘서 아웃시켜 버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언포스드 에러의 무서운 점은
그게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는 데 있다.
그래서 더 자책하게 되고,
때로는 스스로 변명하고 싶어진다.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공은 이미 라인을 벗어났고,
관계는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테니스 코트에서 나는 자주
“왜 이걸 놓쳤을까”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할 수 있는 공이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도 그렇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였다.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그 말을 할 때 내가 어떤 상태였느냐가
더 중요했다.
한 번은 테니스 경기 중 내가 서브를 놓치고
파트너에게 무심코 "아, 또 내가 망쳤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상대가 미묘하게 굳어졌다.
내 실수지만, 그 말이
우리 팀 전체 분위기를 깼다는 걸 느꼈다.
그 뒤 경기는 점점 무너졌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작은 말 하나가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사람 관계에서도 그렇다.
실수보다 더 아픈 건
그 실수 이후의 반응이다.
사과하지 않는 태도,
방어적인 말투,
혹은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같은 말.
그건 상대의 감정을 이중으로 아프게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테니스에서 언포스드 에러는
하나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반복되면 경기를 놓치게 된다.
사람 사이의 실수도 그렇다.
한두 번은 누구나 이해한다.
하지만 반복되면,
그 관계는 더 이상 ‘랠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실수했을 때
빨리 인정하려고 한다.
의도가 어땠든, 결과가 상대에게 상처였다면
그건 이미 내 책임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실수를 고치기 위해선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라는 것도.
테니스 코트에선
언포스드 에러를 줄이는 연습을 한다.
힘을 조절하고, 시선을 끝까지 두고,
공을 놓치더라도 다음 샷을 준비한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말, 완벽한 행동은 불가능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
다음 말을 조심하는 감각은
계속 연습할 수 있다.
한때는 관계 속에서
실수를 두려워했다.
말을 아꼈고, 마음을 숨겼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실수는 인간의 기술이다.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서툰 말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실수를 그대로 두지 않으려 한다.
한 걸음 다가가,
“미안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그 말 한마디가 다시 공을 이어주는
랠리가 되리라 믿는다.
다음 이야기
두 사람이 함께 경기를 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시간.
결혼이라는 더블스의 경기,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육아라는 랠리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괜찮아, 다시 해보자”는 말을 건네고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테니스 매너와 삶의 태도,
경기보다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기술에 대해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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