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이 나를 구했다
그날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날이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부터
마음 어딘가가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걸 느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숨이 막히도록 버거웠다.
밥을 먹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심지어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하루.
사람들은 말한다.
"아무 일도 없는 날이 가장 평화로운 날"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가장 큰 무게로 내려앉았다.
그 무게에 눌려
나는 침묵했다.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빈 화면만 바라보다가
노트북을 닫고, 불을 껐다.
그렇게 며칠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며칠의 끝에서 나는 우연히
예전에 써둔 문장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살아남는다는 건, 매일 쓰러지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 문장은 오래전
아무 생각 없이 써둔 문장이었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멋진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문장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다시 읽고,
또다시 읽었다.
마치 누군가 내 어깨를
조용히 감싸 안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쓰러져도 괜찮아.
내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 짧은 문장 하나에
나는 울고 말았다.
내가 쓴 문장이
나를 구했다.
누군가의 공감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에 건넨 다정한 말 한 줄.
그날 나는 깨달았다.
글은 내가 세상에 건네는 말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내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것을.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삶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놓지 않기 위한 몸짓이다.
나는 잘 쓰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 글 속에는
그때의 내가 있다.
무너졌던 날,
다시 일어서고 싶었던 마음,
아무도 몰랐지만 간절히 살고 싶었던 흔적들.
글은 잊고 싶었던 기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그 문장 하나를 마음에 꺼내 두었다.
“살아남는다는 건, 매일 쓰러지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 문장은 여전히 내 노트 첫 장에 적혀 있다.
나는 그 문장을 지나야 만 글을 쓸 수 있다.
그 문장은 내 글쓰기의 문턱이 되었다.
매번 새 원고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 문장을 조용히 읽는다.
처음엔 그저 나를 일으키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내 글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뿌리 같은 말이 되었다.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 날.
나는 마음속에서 그 문장을 불러온다.
그리고 다시 쓴다.
가장 작고 가장 고요한 마음으로.
다시 살아보겠다는,
하루를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이후 나는 비슷한 문장을 더 자주 쓰게 되었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은 문장.
나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한 문장.
때로는 이런 말도 썼다.
“사랑받지 못했던 날에도, 나는 나를 안아야 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시는 완성된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여전히 쓰고 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그 문장 때문에 울었어요.”
“왜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죠?”
“그 말 한 줄이, 나를 붙잡아줬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두려웠고,
기적 같았다.
내가 내 마음을 일으키려고 쓴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다니.
나는 다시금 확인했다.
글은 기록이 아니라, 존재의 확인이다.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오늘 하루를 버텨냈다는,
그리고 이 말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그저 말이 아닌
‘존재의 증거’가 되는 문장.
우리는 글 속에서 살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작은 표현 하나조차
어떤 사람에게는
다시 살아보겠다는 다짐이 된다.
나는 소설가라는 말을 아직 쉽게 쓰지 못한다.
그저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때때로,
한 문장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줄이 전부였던 날이 있었다.
하루 종일 써낸 문장이
딱 한 줄 뿐이었던 날.
그 한 줄을 쓸 수 있었기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한 줄이,
나의 하루를 구했고,
내 존재를 기억하게 했다.
그 문장이
책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문장이 있었기에
나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한 줄을 쓰고 있다.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더 진심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화려한 문장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을.
그리고 언젠가,
내가 오늘 쓴 한 줄이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연결된다.
글은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이니까.
오늘도 나는 쓴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구하기를 믿으며.
“살아 있는 당신을,
오늘도 환영합니다.”
〈이야기의 조각들을 줍다〉
글은 쓰는 것보다 먼저,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공원 벤치 위 낡은 신문,
퇴근길에 들은 낯선 대화 한 조각,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울던 사람.
나는 그것들을 조용히 주워 모은다.
마치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다시 꿰매듯이.
말이 되지 않는 감정들도,
이야기가 될 준비를 마치고
어느 날 내 앞에 도착한다.
4편에서는
‘글이 태어나는 순간들’,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장면들’
그 모든 순간과 발견의 과정을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