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화장실 청소는 누구의 몫인가 – 가족 팀워크 이야기
화장실 청소는
누구도 자원하지 않는 집안일 중 하나였다.
(이 말에 모두 공감할 거라 본다. 근데, 이게 익숙해져야
본격적인 아빠의 육아를 시작한다고 본다.)
아이들도 눈치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건 당신이 더 잘하잖아’란 생각이
습관처럼 마음에 붙어 있었다.
아내는 말없이 계속 닦았다.
내가 모르는 새,
변기 뒤쪽과 구석,
바닥 줄눈과 환풍구까지
혼자서 해온 흔적들이 쌓여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말없이
청소도구를 거실에 꺼내놓았다.
청소를 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 없는 제안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아내는 부탁하지 않았다.
그건 더 이상 부탁이 아니라,
포기일 수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청소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막상 마주한 변기 뒷면,
배수구, 곰팡이 낀 실리콘 틈새.
솔로 문지르면서
나는 이상하게 감정이 복잡해졌다.
이걸 아내 혼자 해왔다는 생각,
그리고 나는 그걸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결혼 초에는
함께 하자는 말이 많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서로 묻는 말보다 넘기는 말이 많아졌다.
나는 변기 위 커버를 열고 닫으며,
물이 튀지 않게 조심하고,
닦고, 또 닦았다.
팔이 아팠지만 계속했다.
닦을수록 드러나는 건
때가 아니라 내가 외면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만 도왔고,
정작 힘든 곳엔 손을 대지 않았다.
화장실은 우리 가족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었지만,
내게는 늘 ‘다른 사람이 정리해 주겠지’
하는 공간이었다.
구석까지 깨끗하게 닦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이 공간을 우리 모두가 같이 쓴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아내가 느꼈을
말 없는 무게와
말해봐야 안 바뀔 거라는 체념이
조금씩 내 손바닥에 남았다.
청소를 마치고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내가 맡을게.
적어도 이 공간은.”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조금 울컥했다.
며칠 뒤, 아들이 말했다.
“왜 아빠가 화장실 청소해?”
나는 말했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쓰는 곳이잖아.
가족이면 서로 도와야지.”
아들은 한참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나는 다음에 휴지통 비울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가족 팀워크’는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걸.
→ 변기 뚜껑 뒤와 바닥
고정 나사는 솔+세정제로 닦자
→ 실리콘 곰팡이는 베이킹소다+식초 혼합 → 랩으로 덮고 20분 후 제거
→ 환풍기 필터는 드라이버로 분리 후
물세척 (2~3개월에 한 번)
→ 청소 루틴 정하기: 주 1회 가족 공동 사용
공간은 순번 정해 맡기기
→ 아이에게는 작은 역할(세면대 물기 닦기, 수건 개기 등)부터 함께하기
화장실을 닦으며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청소는 단순히 더러움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무심코 넘긴 마음의 흔적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8화. 딸의 머리핀 정리함 –
‘예쁘다’는 말보다 필요한 것〉
서툰 손으로 머리핀을 정리해 주며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예쁘다는 말보다,
‘시간을 함께 써준 사람’이라는 확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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