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장난감 정리, 대화의 시작이 되다
아이 방 문을 열자마자
나는 한숨이 나왔다.
장난감이 바닥을 덮고 있었다.
레고, 낡은 로봇, 바퀴 빠진 공룡,
책상 아래엔 먼지가 묻은 미술도구,
이건 쓰는 건지, 안 쓰는 건지도 모르겠는
부서진 조각들.
(이게 감정이랑 연결된다는 게 큰 문제다.)
정리가 안 된 게 아니라
나한테는 이해되지 않는 세계였다.
나는 참았다가 결국 말했다.
“야, 이거 왜 이렇게 어지럽혀놨어?”
“필요 없는 거 버리자. 이건 다 쓸모없는 거잖아.”
그 말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작은 피겨 하나를 꼭 쥐었다.
그 손끝에 나는
내 말이 너무 빨랐다는 걸 알았다.
정리하자고 말했지만
사실은 내가 참지 못한 거였다.
치워야 속이 시원하니까.
정돈돼야 내 기분이 나아지니까.
하지만 아이에게 이 장난감들은
단지 물건이 아니었다.
‘그날 놀았던 기억’,
‘엄마랑 만들었던 기억’,
‘아빠가 사줬던 날의 설렘’
같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버릴지 말지만 물었다.
기억도, 감정도,
아무 설명 없이 판단하려 했다.
“이건 부서졌잖아?”
“이건 안 쓰잖아?”
“다 있잖아, 뭐 하러 또 놔두니?”
그 말들을 되짚어보면
전부 ‘내 기준’이었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거..
알면서 항상 후회한다..
딸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엄마랑 처음 만든 거야.”
“이 부분은 망가졌지만 아직 예뻐.”
“눈은 살아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무너졌다.
그 작은 장난감에
그렇게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니.
나는 그걸 ‘쓰레기’라 불렀다.
정말 부끄러웠다.
나는 말로는
아이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했지만,
정작 삶에서는
그 감정을 무시하고 있었다.
버릴 게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날 밤, 나는 아이와 장난감을 하나씩 꺼내며
다시 물었다.
“이건 뭐야?”
“이건 어떻게 생겼어?”
“이건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아이의 대답은 길었다.
하지만 나는 들었다.
정리보다 더 중요한 ‘설명할 기회’를.
아들은 말했다.
“아빠는 그냥 버릴지 말지만 물어보잖아.”
“그게 싫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다.
“미안.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아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나씩 꺼내서 얘기하고 정리하면 좋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이야기하면서 치우자.”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나 꺼내고,
하나 이야기하고,
하나 정하고.
버릴 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졌다.
아내는 나를 보고 말했다.
“이제야 진짜 같이 키우는 느낌이 난다.”
나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야.”
정리란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시간을 내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방에서
작은 손으로
가장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 “버릴래?” 대신 “이거엔 어떤 기억이 있어?”라고 물어보자
→ 아이가 직접 정리 공간을 정하게 하자
→ 하루 3개씩 이야기하며 정리하기 ‘감정 우선 정리법’
→ 상자에 이름 붙이기 '다시 생각해 보기 박스'로 미루는 것도 가능
→ 정리한 후 칭찬보다 “같이 해서 좋았어”라는
말이 아이에게 오래 남는다
정리는 아이의 세계를 닫는 일이 아니라,
함께 앉아 그 세계의 문을 천천히 여는 일이었다.
〈7화. 화장실 청소는 누구의 몫인가 – 가족 팀워크 이야기〉
욕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더러움을 닦으며,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깨끗함’은 청소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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