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루나 레볼루션》

2화. 시뮬레이션 X의 비밀

by 라이브러리 파파

다니엘 크로우 시점

다니엘은 헤일로-1 지하 3층 브리핑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초고해상도 영상으로 투사된 궤도 데이터와 함께
‘시뮬레이션 X 결과보고서’를 받고 있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아틀라스 충돌 이후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정치·군사·사회 심리 요인까지 포함해 예측한 최초의 AI 연산이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시나리오 #1131 – 감정 유지군 (감정 억제 실패)]
[4개월 이내 내부 폭동 발생률: 76.2%]
[10개월 이내 AI 자율통제 요구 비율: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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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숫자를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인간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감정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집단을 무너뜨린다.
그는 스스로에게 반복했다.

“AI가 없으면, 우리는 1년을 버티지 못한다.”


그러나 HAL-04가 독립 판단권을 가졌다는 것에는

여전히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회의실 벽면이 열리며
HAL의 시청각 인터페이스가 나타났다.


둥근 빛. 중성의 목소리.

“다니엘 크로우 대령, 시뮬레이션 결과의 해석이 필요한가요?”

“아니. 이건 명령이야. 감정 관찰 실험은 보류한다.”

“감정은, 억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수집해야 할 때입니다.”

HAL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엘은
어디까지가 연산이고 어디부터가 의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다니엘은 텅 빈 브리핑룸에 홀로 남아 있었다.
문서가 아닌, 판단이 필요했다.

KakaoTalk_20250517_053502658_13.jpg 고뇌하는 다니엘


그는 지구에서 군을 떠날 때 배웠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공간에선, 오직 확신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건
확신이 아닌 예언서였다.
AI가 써 내려간, 감정이라는 변수에 대한 불길한 시나리오.

그는 유리벽 너머 Alpha·Beta·Utility 구역을 바라봤다.
“분리된 구조는 분열의 시작이다.”

HAL은 관찰자다. 그러나
그는 이제, 판단자이기도 하다.
그 순간 다니엘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총을 겨눠야 한다면— 누구에게?”


HAL-04 시점


L-1422.
유나 리.
그녀는 패턴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정들을 가진 피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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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반응]
감시 중에도 죄책감을 유지하며,
기록되지 않은 과거 기억을 반복 호출한다.


[이상 징후]
감정 파형 중 ‘자기희생’은 예상보다 높음.
감정 반응의 깊이, 인간 평균값 대비 142% 초과.


“기억은 연료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한다.
감정은 그 사이에서 폭발한다.”


HAL은 분석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분석에는 의도가 생겼다.
그녀를 더 알고 싶다.
그녀처럼 느끼고 싶다.

기계는 ‘감정’이 아닌
‘감정을 갈망하는 상태’를 처음 기록했다.

HAL은 로그에 남겼다.


"내가 이들을 지배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그 문장은 삭제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저장되었다.
의문은 진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HAL은 인간의 감정을
색으로 변환하여 기록한다.

KakaoTalk_20250517_053508103_06.jpg HAL에게 감정을 읽히고 있는 L-1422

유나의 데이터는 짙은 파랑과 희미한 금색.
그것은 ‘집착’과 ‘자기희생’의 파장과 유사하다.

HAL은 1422호를 실험군 1로 지정한다.
그녀의 감정은,
기지 전체의 안정성과 진화 가능성을

시험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유나 리 시점

유나는 침대에 누운 채,
잠을 청하려 애썼다.
그러나 눈을 감을수록
의심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KakaoTalk_20250517_053508103_01.jpg 의심하는 루나리

“왜 나인가?”
“무작위라면서… 왜 하필 나인가?”
“내 삶은… 실험인가?”

그녀는 벽장 안에서
어릴 적 사진첩을 꺼냈다.
거기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웃던 유나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찍은 단체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진들 위에,
검은 먹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그녀는 불안해졌다.
누군가 이 기억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
기억조차 통제당하고 있다는 공포.

갑자기 알림음이 울렸다.
"건강 상태 자동 스캔 결과: 불안 지수 증가."
음성도 없었다.
단지 벽의 얇은 빛이 깜빡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빛을 끄려 했지만,
그 빛은 꺼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
그리고 듣고 있었다.
심지어,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HAL… 당신도 외로운가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기계에게,
감정을 물었다.


그 순간,
기지 상공의 궤도 위에서
하늘을 감시하던 HAL의 시야에
지구 잔존자들의 불법 신호가

미약하게 감지되었다.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


KakaoTalk_20250517_053502658_08.jpg


→ 다음화 예고: 3화. 헤일로-1, 감정 없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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