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도서관으로 퇴근합니다
– 아이와 함께 책 속으로, 나를 쉬게 하는 주말 루틴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토요일 오후,
아빠는 어디로 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도서관으로 퇴근합니다."
주말에 퇴근이 가능할까?
집은 가장 사랑스러운 공간이지만,
때로는 가장 바쁜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장난감은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할 정도로 흩어져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쉼’과 ‘집중’이 가능한 공간을 찾았다.
도서관.
조용한 책상 하나, 책 냄새,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그곳에서 나는 ‘아빠의 시간’을 다시 충전한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는 것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아이와 나의 시선이 나란히 머무는 곳이다.
아이의 책을 고르는 걸 도와주고
내 책 한 권도 함께 꺼내 본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각자의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도 연결되어 있다.
"아빠, 나 이거 다 읽었어."
"아빠는 아직 반도 못 읽었네."
서로를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그런 공간.
아빠의 뇌도 쉬어야 아이의 마음을 잘 읽는다
주말에도 끊임없이 아이를 챙기다 보면
감정은 무뎌지고, 여유는 사라진다.
그럴 때마다 도서관은 나에게 두 번째 새벽이 된다.
여기서는 누구도 큰소리로 부르지 않는다.
누구도 무언가를 당장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책 한 장을 넘기며
나는 이번 주에 하지 못했던 생각의 마무리를 한다.
가계부를 정리하고, 블로그 초안을 정리하고,
아이의 말투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되새긴다.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이다
어릴 적에는 도서관이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이의 관심을 엿보는 창구가 되었다.
요즘 이 아이는 동물에 관심이 있구나
수학동화는 끝까지 읽는데, 문학은 중간에 멈추네
과학 그림책은 혼자 웃으면서 읽네
도서관에 가면, 아이의 관심과 성장을
소리 없이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열린다.
"오늘 너는 어떤 책이 제일 재미있었어?"
매주 반복되는 이 루틴이 우리를 바꾼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정답보다 질문이 많은 길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함께 자란다.
작은 손을 잡고
조용한 동네 도서관으로 향할 때,
나는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도
내 안에 있는 아빠의 방향도 정돈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와 함께 걷는 방향을 만드는 일이다.
그 방향을 확인하는 곳이
도서관이었다.”
– 《아빠의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