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대략난감

여름에 흰 셔츠 입었다가 박살 난

겨땀 티 안 나게 사는 법

by 라이브러리 파파

여름, 흰 셔츠, 면접장.
이 세 단어가 만나면 뭐가 되게 예쁠 것 같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날 난, 진짜 큰 걸 배웠다.

출근 복장으로 깔끔한 흰 셔츠를 입고 나갔다.
7월 초, 서울 지하철.
출근 시간대라 사람은 꽉 찼고, 에어컨은 고장 났고,
내 겨드랑이에선 작은 나라

(처음에는 제주도인 줄..

대한민국까지 그려지고 있다..)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좌우로 퍼지는 땀자국은 명백한 시위였다.
‘이 사람 지금 생존 위기입니다’라는 신호.

면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흰 셔츠는 반쯤 젖어 있었고,
난 앉자마자 팔을 붙이지도 못한 채 이상한 포즈로 자소서를 꺼냈다.

그 와중에 면접관 한 분이 말했다.
“자기소개는 짧게 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그날 이후로 난 여름철 흰 셔츠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여름,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위. 대. 한. 기. 술. 을.


첫 번째는 색을 바꾸는 거다.
흰색은 티가 너무 잘 난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그 어떤 대화보다 빠르게 시선을 끈다.


회색, 검정, 네이비.
이 세 가지 색은 여름에 나를 지켜준 갑옷이었다.
무난하고, 단단하고, 무엇보다 티가 안 난다.



1편 셔츠(편집).jpg


두 번째는 데오드란트와 땀패치다.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다.
이건 생존 무기다.

샤워 후 겨드랑이를 완전히 말린 상태에서

스틱형 데오드란트를 바른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19일 오전 10_36_36.png


그리고 출근 직전, 땀패치를 붙인다.
요즘엔 다2소에도 팔고, 온라인에선 대량 구매도 가능하다.

한 번 붙여보면 알게 된다.
‘이게 천 원으로 가능한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온종일 마음이 평화롭다.


세 번째는 예비 셔츠 한 장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나는 가방 속에 얇게 접은 셔츠를 하나 넣는다.
출근 전에 카페나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거다.

진짜 딱 3분이면 된다.
그리고 뽀송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를 왜 지금 하냐고?
그건 형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누구도 흰 셔츠 입고 박살 나기 전엔, 이걸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먼저 말하는 거다.



네가 여름에, 면접에서, 데이트에서
겨땀 하나로 인생 망하지 않길 바란다.

그 한 줄의 젖은 흔적이
네 하루를 지배하지 않게 하고 싶다.


여름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똑똑하게 견뎌야지.

동생 다. 가. 오. 는. 여.름. 걱정하지 마!

겨땀에 무너지는 하루는, 이제 끝이다!



솔직히 도움이 됐다면 빠르게 구독과 ♡ 누르자.



다음 화에서는 더 극한 상황이 온다.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급똥신이 강림했을 때,
화장실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던 그날의 기록.

(밥 먹기 전에는 읽지 말자. 미뤄두고 출퇴근할 때 읽어.)


진짜 현실적인 꿀팁, 그대로 풀어볼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