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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명 앞에서 노조 이야기를 계속 쓴다는 것》

무거운 주제에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일줄이야

by 라이브러리 파파

처음엔 형 말이 맞는 줄 알았어.

“야, 그런 거 써봤자 아무도 안 읽어.”

“노조? 요즘 누가 관심 있어해?”


그래서 처음엔 나도 제목을 돌려 썼어.

노동이란 말 대신, ‘사람 이야기’라고 적었고

노조란 단어를 넣을 땐

괜히 한 번 더 눈치를 봤지.

괜히 정치적인 글로 오해받을까 봐,

괜히 무겁다고 피드백받을까 봐.




그런데 형,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구독자가 253명이야.

그중에는 “잘 읽었다”는 댓글을 남긴 사람도 있고,

“생각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준 사람도 있었어.


그냥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봤다면,

난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


노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낯선 단어야.


하지만 누군가는 그 어두운 그늘 아래에서

여전히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냥,

말을 꺼내는 쪽을 택했어.


형,

요즘은 구독자 수가 숫자가 아니야.

내가 어느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할지 알려주는

작은 나침반들 같아.


누가 클릭했는지 몰라도,

읽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계속 쓰게 된다.


노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래서 지금도 계속 쓰고 있어.

253명 앞에서,

아니,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귀 기울여줘서 감사합니다.

라이브러리 파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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