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도착했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퇴근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에서 퇴근했을 뿐이다.
아빠로서의 퇴근은 아직 멀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면
아이들이 먼저 달려온다.
“아빠!”
그 짧은 한마디가 반갑기도 하고
어깨를 무겁게 누르기도 한다.
아빠는 집에 오자마자
‘가정 모드’로 전환된다.
옷을 갈아입고,
놀이 매트에 눕고,
공부 봐주고,
설거지도 함께하고,
가끔은 수학 문제와 감정 표현 사이에서
정신이 멍해진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
래서 퇴근 후 맥주 한 캔도,
휴대폰 한 시간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밤이
조금은 당연해졌다.
가족을 위한 시간이
내 시간을 덮는 것 같다가도
문득 아이들이 잠든 얼굴을 보면
그 모든 게 괜찮아진다.
하지만
늘 괜찮기만 한 건 아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의 소리에 짜증이 나고,
어느 날은
아내의 말투에 날이 서고,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
스스로를 탓한다.
퇴근 후에도
좋은 아빠로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감정을 눌러 담는다.
피곤해도 웃고,
지쳐도 대답하고,
힘들어도 참는다.
왜냐면
아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누구보다 늦게 쉬고,
누구보다 먼저 깨어나는 사람.
어릴 적 내 아버지도
그랬을까.
나는 그때 몰랐다.
아버지가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쉬지 못한다는 걸.
지금에서야 안다.
그 조용한 어깨에
어떤 책임이 얹혀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어깨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가끔은 나도
“나도 힘들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은
아이들이 잠든 뒤에나 겨우 나온다.
거실 조명 하나에 기대어,
맥주 캔을 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도 사람인데…”
그 말이 눈물처럼 뚝 떨어질까 봐
조용히 웃는다.
웃고, 넘기고,
내일 아침 다시 아빠가 된다.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많이 벌어오는 사람?
많이 놀아주는 사람?
많이 안아주는 사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하루 아이의 기억 속에
‘아빠가 내 옆에 있었어’
라는 장면 하나 남기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이 잠들기 전,
딱 5분만 더 함께 있어보려 한다.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그냥 손을 잡고 누워 있기라도.
그 5분이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를 떠올리는 장면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완벽한 아빠가 아니다.
한계도 있고, 부족함도 많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내 자리를 지켰다는 것,
그것 하나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딴다.
조용한 밤,
일과 아빠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도 아빠로 잘 살았다.”
“좋은 아빠는 정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늘도 아이 옆에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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