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정리된 삶이 아니라, 덜 어내며 살아가는 감각
형은 예전엔
모든 게 딱 정리되어야 마음이 놓였어.
하루 일정은 분 단위로 쪼개고,
책상은 줄자 댄 듯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노트는 색깔별로 구분해서 정리했지.
그렇게 하면
뭔가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질서가 편안함을 넘어서
답답함이 되기 시작했어.
모든 게 정해진 틀 안에 갇히니까
내가 생각할 여지가 없는 거야.
질서는 안전해.
할 일을 정해두고,
반복된 루틴을 따르고,
계획대로 움직이면
실패 확률이 줄어들지.
형도 그걸 오랫동안 믿었어.
하지만 문제는,
질서 속에서는 새로운 게 잘 생기지 않아.
늘 같은 길만 걸으면
눈에 보이는 건 익숙한 풍경뿐이고
그 안에서는
질문이 줄어들어.
질서는 효율은 높이지만
우리를 ‘예상 가능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
혼돈은 불안해.
무계획, 불확실, 어수선함.
형도 그런 걸 싫어했어.
모호한 말, 일정 없는 하루,
결정이 나지 않은 관계.
근데 생각해 보면
형이 제일 크게 바뀐 순간은
늘 혼돈 속에서였어.
질문이 터지고,
내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절.
그게 지나고 나니까
형은 그 혼돈이
‘질문이 살아 있는 상태’였다는 걸 알았어.
질서가 답이라면
혼돈은 ‘더 나은 질문’이야.
형이 보기엔
질서와 혼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의 문제야.
질서로 정리하고
혼돈 속으로 나아가고
다시 정돈하며,
다시 흔들리면서 자라는 것
질서에만 머물면
사는 것 같지만 멈춰 있고
혼돈에만 머물면
움직이지만 방향을 잃어.
둘을 오가는 사람이 결국 성장을 만든다.
형은 이제
모든 걸 정리하진 않아.
책상엔 종이 몇 장이 흩어져 있고
계획표엔 비워둔 시간도 있어.
왜냐면
그 ‘여백’이 있어야
삶이 흘러들어올 수 있으니까.
혼돈이 불편하다고
질서만을 선택하지 마.
질서가 숨 막힌다고
모든 걸 흩뜨려버리지도 마.
지금 너는
질문을 멈췄니,
아니면
질문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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