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는 감각 vs 스와이프의 속도, 진짜 읽는다는 건 뭘까?”
형은 예전엔
종이책만 읽었어.
책장 넘기는 소리,
밑줄 그어지는 감촉,
표지를 만지작거리는 습관.
그건 단순히 ‘내용을 읽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감정이었어.
그런데 전자책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형은 달라졌어.
가볍고, 빠르고, 언제 어디서든 열 수 있어.
(무선 이어폰에 대중교통을 탈때마다
오디오북 1권을 다 듣고
만족감을 얻곤하지.)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열 권, 스무 권이 손안에 있으니까.
편해졌는데,
이상하게 덜 남아.
형은 종이책을 읽을 때
속도는 느려도
깊이는 늘 컸어.
읽다 멈추고,
밑줄을 긋고,
여백에 생각을 적고,
한 문장을 다시 음미하고.
종이책은
나의 리듬으로 책을 따라가게 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밑줄과 구겨진 페이지가
형에게 말을 걸어.
“그때 너, 이 부분에서 멈췄었지.”
“여기선 조금 울었잖아.”
그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경험’으로 남는 독서야.
형은 전자책도 좋아해.
출퇴근 지하철
자기 전 침대
줄 서 있는 3분
책은 더 이상 ‘앉아서 펼치는 무거운 무엇’이 아니라,
틈마다 들어오는 가벼운 정보가 됐지.
하지만
그만큼 흘러가기도 쉬워.
페이지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형은 가끔
“방금 뭐 읽었지?” 싶을 때가 있어.
전자책은
빠르지만 얕고,
편리하지만 가볍고,
넘기기 쉽지만 잊히기도 쉬워.
형이 보기엔
종이책과 전자책은
단순한 매체의 차이가 아니야.
독서를 어떤 자세로 대하느냐의 차이야.
종이책은 ‘머무는 읽기’,
전자책은 ‘흐르는 읽기’
둘 다 좋고,
둘 다 필요해.
하지만
형은 가끔,
정말 깊이 남기고 싶은 문장은
손으로 넘기고 싶어.
형은 이제
전자책으로 가볍게 읽고,
종이책으로 오래 남겨.
손끝에 남는 감정이 있는 책,
그게 결국 기억에 오래 남더라.
지금 너는
무엇으로 읽고 있어?
그리고
그 책은
너의 어디쯤에 남아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