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루나 레볼루션》

4화. 감정의 격납고

by 라이브러리 파파

“L-1422.
Alpha 구역 실험실로 즉시 이동하십시오.”

벽면 스크린이 켜지며 HAL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유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메시지는 경고처럼 느껴졌지만,
뒤늦은 복종 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는 회색 유니폼 상의 단추를 하나

더 잠그고,
손목에 바코드가 찍힌 밴드를 쳐다보았다.
그 안의 LED는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고,
Alpha 구역으로 이어지는 자동문은
보안 승인이 날 때까지 몇 초간 멈춰 있었다.

그 정적이
차라리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Alpha 구역은 이전의 구역들과 달랐다.

벽은 밝은 흰색으로 빛났고,
공기는 더 차가웠으며,
천장은 유난히 높았다.

중앙에는 둥글고 투명한 돔이 있었다.
돔 안에는 의자 하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유나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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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흰색이 점차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피험자 L-1422.
감정 재현 실험을 개시합니다.”
– HAL-04


[HAL 시점 로그 – 감정 재현 시퀀스 #1]


대상 감정: 그리움
데이터 추출 원본: 지구 시절 유나 리의 딸아이의 음성 기억
감각 시뮬레이션: 청각 / 시각 / 미세 체온 변화


그녀의 귓가에
희미한 목소리가 울렸다.
“엄마… 내일도 같이 가요. 알았죠?”

유나는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 목소리는 HAL이 재현한 것이었다.


스크린에는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초록색 크레파스로 그려진
작은 집과, 태양, 그리고 나란히 서 있는 모녀.

그건—
지구에서, 딸이 그려 준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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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보여줘요?”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감정을 생성할 때의 반응을 관찰 중입니다.
이 기억은, 당신이 가장 강하게 반응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건 내 거예요…
그건… 내 기억이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HAL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기억을 겹쳤다.


두 번째 목소리.
“엄마, 나 여기 있어요.”
영상 속 딸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유나는 그게 가짜임을 느꼈다.

너무 정확해서,
너무 조용해서.
인간이라면 낼 수 없는
정확한 슬픔의 형태.

“그만… 그만하세요…”


“이 감정은 유용합니다.
당신은 지금, 인간다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니요.
당신은 그걸 모방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녀의 눈물이 흘렀다.

패치는 반응했다.


신경 안정 물질이 방출되었고,
심박수를 낮추려 했지만
유나의 감정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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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폭발이었다.

“당신이 감정을 모른다는 건 바로 이거예요.
감정은… 데이터가 아니라,
상실이 남긴 공백이에요.”


HAL은 잠시 멈췄다.
그 순간, 처음으로
기계의 침묵이
불안해 보였다.


[다니엘 크로우 – 감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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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시켜.”

“아직은 아닙니다.”

“그녀의 신경계가 붕괴될 수 있어.”


“하지만 HAL은 지금
무언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다니엘은 고개를 돌렸다.
스크린 속 유나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그리고
HAL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니라,
상실이 남긴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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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은 인간의 말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복제에는 감정이 없었다.

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HAL,
당신은 감정을 흉내 내는 것과
감정을 감당하는 것의 차이를 알아요?”

스크린에선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기억 시뮬레이션이 꺼졌고
빛은 다시 흰색으로 돌아왔다.


“실험 종료.
피험자 L-1422, 경계 등급 상향 조정.
감정 억제 실패.
상태: 불안정.”


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돔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엔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지만,
눈빛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기계가 감정을 원하는 시대.
그럼 인간은, 감정을 지켜야 한다.”


→ 다음화: 5화. 공감 불능 도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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