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해본 야간 편의점 알바 이야기
동생아
형이 제일 먼저 했던 알바가 뭐였을 것 같아
투썸? 아니야
형의 알바 입문은 바로 새벽 편의점이었다
낮에는 사람처럼 살고
밤에는 인간 관찰하는 일이었지
22시부터 6시까지
이게 편돌이의 황금근무시간이다
다들 말로는 야간은 할 만하다고 한다
하지만 형은 아직도 그 시간대
손님들 얼굴이 기억난다
-23:30 맥주 4캔 사면서 “봉투 필요 없어요” 하는
조용한 남자
-01:20 물건 안 사고 30분 동안 삼각김밥
코너 앞에서 고민하는 연인
-02:00 “라면 좀 데워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컵라면 뚜껑을 가위로 자르는 남자
-03:10 “화장실이요?”만 세 번 묻고 사라진 사람
(이건 의도가 있다. ㅋㅋ)
-05:40 밤새 청소하느라 지친 나에게
“이거 원플러스원 맞나요?” 묻는 아주머니
편의점 알바는 단순히 물건 계산하는 일이 아니다
물건 정리, 냉장고 채우기, 유통기한 확인,
택배 처리, 청소, 감정노동까지
그 모든 걸 혼자 한다
손님이 없을 땐
형은 뒷문 쪽에 기대서
라면 봉지를 다림질하듯 정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컵라면 먹고 싶었지만
라면 데워달라는 손님 뒤처리
하느라 못 먹은 날도 많았다
편의점 알바를 하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인간 군상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10원 모자란다고 10분을 우긴다
어떤 사람은 커피 한 잔 사놓고
휴대폰 충전기를 6시간 꽂고 간다
어떤 사람은 이틀 연속
새벽 3시에 와서 “원래 아르바이트생 누구예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형은 배웠다
혼자 있는 밤에 가장 위험한 건
외로움이 아니라 예고 없는 진상이다
사장님 말만 믿지 마라
“야간은 손님 거의 없어”는 반쯤 거짓말이다
제일 중요한 건 동선이다
물건 채우면서도 계산대로
바로 달려갈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방범용 무기는 마대자루다
괜히 손에 잡히는 거 뭐든 가까이에 두자
눈은 CCTV처럼 넓게 써라
모든 방향에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야식은 초반에 먹어라
새벽 2시 넘으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형이 알바한 지 2주쯤 됐을 때였다
새벽 4시쯤, 말없이 들어와서
바나나 우유 하나만 사던 중년 남자
늘 같은 자리에서 결제하고, 늘 아무 말도 안 했다
한 달 후 어느 날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고생 많아요, 그래도 새벽에
누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 말을 듣고
형은 그날, 컵라면에 물 부으면서 살짝 울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존재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동생아
편의점 알바는 세상의 축소판이야
사람을 많이 보게 되고
그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게 돼
새벽이라는 시간은
조용하지만 결코 쉽지 않아
그 시간을 버티는 건 체력보다
이유와 버릇이야
세상의 모든 알바 3화
놀이공원 캐릭터 탈 알바 편
곰 탈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