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마시는 사람과 들고 다니는 사람의 하루
형은 아침마다
머그잔에 커피를 따른다.
도자기 표면의 온기,
두 손으로 감싸는 무게,
식어가는 속도조차 느긋한 하루의 시작.
책상 위에 조용히 놓인 머그잔을 볼 때
형은 하루가 조금 덜 바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 날—
서둘러 집을 나서며
텀블러에 커피를 옮기고 나오는 순간,
형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머그잔 – 고정된 공간, 익숙한 쉼
머그잔은
‘앉아서 마시는 사람’의 상징이다.
거실, 사무실, 서재.
어디든 앉아서, 쉬면서, 이야기하며.
입에 닿는 감촉,
식어가는 속도,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
이 모든 게
형에게 “지금 여기에 있다”는 감각을 준다.
그래서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그 공간과 시간을 함께 마시는 느낌이 든다.
텀블러 – 움직이는 시간, 잃지 않는 루틴
텀블러는
‘움직이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선택이다.
출근길, 등굣길, 운전석, 버스 창가.
들고 다닐 수 있고,
흘리지 않고,
식지 않는다.
형에게 텀블러는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하루의 감각”이다.
바쁜 날에도
이동 중에도
커피를 마시는 행위만큼은 지키고 싶은 마음.
그게 텀블러 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 너는 지금, 어디서 마시고 있니?
형이 보기엔
머그잔과 텀블러의 차이는
속도와 여유,
이동과 머무름의 차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커피보다,
오늘 너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를 보여준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어느 날
텀블러에서 남은 커피를 꺼내
조용히 머그잔에 옮겨 따랐다.
그제야 커피 향이
방 안에 퍼졌다.
“속도는 줄었지만
온도는 더 잘 느껴졌다.”
너는 오늘,
어떤 잔에 하루를 담고 있니?
그리고 그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니,
아니면,
잠시 머물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