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는 엄마 아빠가 화낼 때 진짜 무서운 게 아니에요
나는 엄마 아빠가 화내는 걸 싫어해요.
근데 그게 ‘크게 소리 지르는 것’
때문은 아니에요.
진짜 무서운 건…
말이 없어지는 순간이에요.
어느 날, 내가 거짓말을 한 적 있어요.
작은 거짓말이었어요.
학원에서 숙제 안 했는데 했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가 다 알았어요.
그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게 더 무서웠어요.
평소엔 “숙제 했어?” “밥 먹었어?” 하고
자꾸 물어보던 엄마가,
그날은 아무것도 안 물어봤어요.
내가 말 걸어도 그냥 “응”만 하고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
나는 그게 진짜 무서웠어요.
소리보다 조용한 게 더 무서운 날이 있어요.
아빠도 그래요.
내가 잘못했을 때
“이런 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괜찮은데,
그냥 고개만 돌릴 때가 있어요.
그때 나는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말도 못하고,
아빠는 나한테 실망한 것 같고,
나는 마음속이 깜깜해져요.
나는 혼나는 게 싫긴 하지만,
그래도 더 무서운 건 엄마 아빠랑
마음이 멀어지는 거예요.
말이 없어지고, 눈빛이 식어지고,
그런 게 더 아파요.
그래서 요즘은 나도 노력해요.
엄마가 조용하면 먼저 말 걸어요.
“엄마, 내가 잘못했어.”
아빠가 고개 돌리면 따라가서 안아봐요.
그러면 다시 따뜻해져요.
말도 돌아오고, 눈빛도 돌아와요.
엄마 아빠도 힘든 거 알아요.
나 키우는 게 쉬운 일 아니고,
속상한 날도 많을 거예요.
근데 나는 그냥,
그 속상함이 너무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화는 내도 괜찮아요.
근데 말은… 계속 해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엄마 아빠가 화내는 사람보다
멀어지는 사람이 더 무섭거든요.
작가의 노트
이 글은 부모에게 보내는
아이의 간절한 메시지입니다.
“혼내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저를 멀리 두지는 말아주세요.”
말 한마디가, 눈빛 하나가
아이에겐 마음의 온도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