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아빠가 나랑 눈을 맞추면, 나는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아빠랑 눈을
마주칠 때가 가장 설레요.
그건 꼭,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신호 같아요.
어릴 때는 아빠가 바빠서
나를 잘 안 보던 때도 있었어요.
물어보면 "응, 그래" 하면서
고개는 화면 쪽에 있었어요,.
그때는 나도 그냥 그게
그런 줄 알았어요.
어른은 원래 그렇게 바쁘니까.
나는 그냥 기다리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어느 날부터였어요.
아빠가 내 말을 들을 때
눈을 똑바로 보더라고요.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했어?”
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어요.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뭔가… 나를 진짜 ‘사람’으로 보는 느낌?
그 전에는 아이였고,
이제는 하나의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된 느낌이었어요.
아빠 눈을 보면 알아요.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아빠도 느끼고 있고,
아빠도 진심이라는 걸 나도 느끼고 있어요.
그 눈빛은 부드럽고, 단단하고, 따뜻해요.
그걸 보면 나는 긴장도 풀리고,
말도 더 잘 나오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친구가 말했어요.
“우리 아빠는 내가 뭘 말해도 스마트폰만 봐.”
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슬퍼졌어요.
왜냐면,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아니니까요.
지금은,
아빠가 내 눈을 보고 웃어줘요.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눈만 마주쳐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 같아요.
나는 커서도 기억할 거예요.
내가 처음 ‘나’가 된 순간.
아빠의 눈빛이
나를 어른처럼 느끼게 해준 순간.
그래서 나도 요즘은 아빠한테
눈을 마주치고 말해요.
“아빠, 나 이거 해보고 싶어.”
“아빠, 나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
그러면 아빠는 고개를 끄덕여요.
그게 고마워요.
나는 그렇게,
눈빛으로 크고 있어요.
작가의 노트
아이에게 ‘존중’은
거창한 단어가 아닙니다.
그저 진심으로 눈을 마주쳐주는 것,
그 순간 아이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배우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만나주는 것,
그 출발은 눈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