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아빠는 내가 잠든 줄 알고 혼잣말을 해요
나는 잘 때도 가끔 귀가 열려 있어요.
눈은 감겨도 귀는 엄마 아빠 말소리를 따라가요.
특히 아빠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해서
더 잘 들려요.
어느 날 밤, 나는 자는 척을 했어요.
진짜 피곤해서 금방 잘 줄 알았는데,
그날따라 잠이 안 왔어요.
그런데 문틈 사이로
아빠 목소리가 들렸어요.
“... 이래도 되는 건가…”
“애들 학원비만 해도 벌벌 떨리네.”
“나중에라도,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이불속에서 조용히 숨을 멈췄어요.
그 말들이 나한테 하는 건 아닌데,
왠지… 내 마음에 콕 박혔어요.
아빠는 나를 꾸짖은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부탁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조용히,
어른이 어른에게 하는 말처럼 혼잣말을 했어요.
근데 나는 그 말을 들었어요.
아빠가 우리를 얼마나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살아가는지.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아빠 혼잣말을 기다리게 됐어요.
그건 꼭,
아빠의 진짜 마음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같아서요.
아빠는 내 앞에서는 항상
크고 단단하고 웃는 사람처럼 보여요.
근데 아빠가 혼잣말할 땐
그 안에 있는 작은 마음이 보여요.
그리고 나는 그 작은 마음을 꼭 안아주고 싶어요.
언젠가 말해줄 거예요.
“아빠, 나 사실 그날 다 들었어.
아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아빠는 놀랄지도 몰라요.
근데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내가 모르게 날 걱정하고
내가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그 말 사이에 나를 담아두는 사람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 아빠예요.
이 글은 ‘아이는 모르는 줄 알지만,
사실은 다 느끼고 있다’는
부모에게 보내는 조용한 알림장입니다.
아이들은 조용히 부모의 마음을 듣고,
그것을 오래도록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언젠가 아이의 따뜻한 말로 되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