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영화보다, 아이가 움켜쥔 내 손이 더 생생했다
빛이 꺼지고, 소리가 켜졌을 때
아이의 눈빛은 세상 모든 경이로움과 마주한 것 같았노라
乙未年(을미년 – 양의 해)
봄비가 가늘게 내리던 날,
첫째 아들(長子, 장자 – 맏아들)과 나는
生涯初(생애초 – 생애 처음)로 영화관을 찾았노라.
아이는 집에서만 보던 TV와 달리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말을 잃었고,
팝콘 통은 아직 열기도 전에
다리 위에서 미끄러져 엎질러졌으며,
나는 허리를 굽혀
그 조용한 관람실 바닥에서
팝콘을 조심스레 주워야 했도다.
그러나,
불이 꺼지고, 화면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자
아이는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았고,
두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노라.
“아빠, 저기 진짜 살아 움직여.”
나는 아이가 처음으로 이야기의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을
옆자리에서 함께 숨죽이며 지켜보았노라.
영화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건만,
그 손의 온기만은
지금까지도 내 오른손에 남아 있도다.
영화란,
스크린 속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앉은 이의 마음을 느끼는 일임을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배웠노라.
“처음 영화관에 들어선 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 지를 눈으로 깨닫고,
아비는
그 손을 잡은 감각으로 그 마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