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하나였으나, 나의 어깨는 반쯤 젖었노라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나서는 일이
이토록 감성적일 줄은
아이를 키우기 전엔 미처 몰랐도다.
丙申年(병신년 – 원숭이의 해)
초여름 장마의 첫 비가 내리던 날,
나는 유치원 하원길에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나섰노라.
둘째 딸(次女, 차녀 – 두 번째로 난 딸)이
교문 밖으로 나와 나를 보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도다.
“아빠~! 비 와요!!”
나는 우산을 살짝 들어 아이 위에 씌우고,
왼손으로는 가방을,
오른손으로는 그 작은 손을 꼭 잡았으며,
내 어깨 한쪽은 서서히 젖어갔도다.
그 길 위에서 아이는
물웅덩이를 피해 가면서도
갑자기 멈춰 서서 말했노라.
“아빠, 구름이 우는 거야?”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으며,
그 순간,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노라.
어른에게 비는 귀찮음일 뿐이나,
아이에게 비는
세상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나란히 걷던 그 오후를
내 기억 깊은 곳에
조용히 간직하게 되었노라.
“같은 우산 아래에 있었다는 기억은
비가 그친 후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