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마트에서 살아남기: 단호박 앞에서 멘털이 터지다
보고서: 2025년 5월 21일, 오후 16:30 /
담당자: 남편 (부엌 대리兼마트 파견 인원)
직속상사: 아내 (전략기획팀장 겸 예산통제총괄)
[보고서 제목]
‘단호박’을 찾는 임무 수행 중 발생한 멘탈 이탈 사태 보고
[임무 개요]
2025년 5월 21일, 상사님으로부터 하달된 장보기 미션 수행
단호박 1통
다진 돼지고기 300g
요거트(무가당)
아이 간식용 스틱치즈
“이상한 거 사 오지 말 것”이라는 구두 지시 포함
본인은 해당 요청을 수락 후, 15시 40분경
인근 대형마트에 도착하여 작전명: 장바구니 침투를 개시하였음.
[상황 전개 요약]
15:46: 채소 코너 진입. 단호박 구역에서
①초록 단호박, ②노란 단호박, ③절단 단호박 등
다양한 옵션에 직면.
→ 판단불가로 전화 시도함 → 수신거부.
15:52: 주변 아주머니들 대화 엿듣고
"찜용은 속이 노란 게 좋아요~"라는 말에 마음 기울임.
→ 선택한 단호박이 사실상
'껍질무늬가 화려한 수입 단호박'으로 밝혀짐
(※ 가격 1.5배).
16:02: 다진 돼지고기 코너에서
‘볶음용’, ‘찌개용’, ‘햄버거용’의 문구에 당황.
→ “고기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철학으로
일단 중량 맞춰 구입.
16:18: 아이 간식 스틱치즈
선택 도중 ‘칼슘강화’, ‘비타민 추가’, ‘유산균 함유’ 중 갈등.
→ 결국 맛있는 걸로 결정함 → 평가 리스크 존재.
16:26: 출구 앞 시식코너에서 닭강정 1팩 충동구매
→ 상사 지시: “이상한 거 사 오지 말라 했지?”와
정면충돌 우려.
[심리 상태 분석]
단호박 앞 8분 정지 → 경도 판단불능 상태
중반 이후 집중력 급격히 저하 → 음료코너 지나침
마지막 결제 직전 "혹시 빠뜨린 거 있지 않나"라는 불안감 폭증
[형의 조언]
동생아.
마트는 전장이다.
목록은 짧고, 고민은 깊고, 결정은 혼자 해야 한다.
단호박은 그냥 채소가 아니라, 아내 신뢰의 상징이다.
틀리면 끝장이다.
마트는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시험에 응시하는 곳’이야.
[마무리]
존경하는 상사님.
단호박은 무사히 귀가하였습니다.
조리 후 결과에 따라 재평가받겠습니다.
혹시라도 쓸모없거나 맛이 없다면…
본인의 판단 미숙이며, 다시 마트로 향하겠습니다.
※ 닭강정은 아이가 매우 잘 먹었습니다.
※ “이상한 거”가 아니길 바라며…
※ 다음 보고서 예고
“요리하는 아빠는 왜 자꾸 레시피를 안 볼까
– 감으로 산다는 것의 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