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함 줄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법
그날은 평소보다 더 피곤한 날이었다.
점심시간 지나고 회의 두 개 하고,
커피도 없이 버스를 탔다.
딱 20분만 눈을 붙이려 했는데…
눈을 떴을 땐,
버스 안엔 나 혼자.
기사님이 백미러 너머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학생, 종점이에요.”
나는 학생이 아니었고,
직장인이었고,
민망함은 극에 달했다.
형도 그때 깨달았다.
이럴 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해진다.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가볍게 상황을
넘기는 연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 말 하나로 분위기는 70% 무마된다.
‘또’라는 단어를 쓰면
습관처럼 웃고 넘길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ㅎㅎ’는 실제로 소리 내어 웃는 게 포인트다.
작은 유머는 민망함을 정리해 주는 최고의 무기다.
그냥 벌떡 일어나면 “진짜 당황했나 보다”라는 느낌을 주는데,
일단 가방을 고쳐 메는 행동을 한 번 넣어라.
이건 ‘나는 지금 여유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리고 마치 일부러 일어난 듯한 자세로 내리면
민망함의 절반은 사라진다.
형이 발견한 진짜 핵심 기술이다.
민망한 감정을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사로 전환하면
그 순간부터 기억은 '배려 있는 승객'으로 덮인다.
기사님도 미소로 “고생하세요~”라고 받아주신다.
그럼 끝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는 누구나 실수한다.
버스에서 잠들 수도 있고,
지하철에서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표정, 말투, 행동을 조합해서 연기하듯 넘기면
그 실수는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 실수보다
그걸 대하는 태도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형은 그날 이후로 배웠다.
민망한 순간도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웃긴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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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누구나 한다.
근데 실수 이후는 연습하면 달라진다.
우리는 민망해서 멈추는 게 아니라,
대처를 몰라서 서툰 거니까.
형이 알려줄게.
너는 똑같이 당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