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은 아이의 이마에 있었으나, 마음은 내 가슴이 더 뜨거웠노라
아이는 앓았고,
나는 옆에서
그 고요한 전쟁을 지켜보았노라.
丁酉年(정유년 – 붉은 닭의 해) 늦겨울,
둘째 딸(次女, 차녀 – 두 번째로 난 딸)이
하루 종일 기운이 없고
웃음을 보이지 않더니,
밤이 되자 額(액 – 이마)이 뜨겁게 달아올랐노라.
체온계를 들이댄 순간,
三十八度八分(38.8도)
나는 아내와 눈을 마주쳤고,
말없이 해열제를 찾아
찬 물수건을 짜서 이마에 얹었노라.
아이는 뒤척이며 흐느꼈고,
나는 손끝으로 등을 쓸어내리며
마음으로 수백 번 사죄하였노라.
“이 아픔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는
뻔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드는 생각이었다.
밤은 길었고,
열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나는 종이컵에 물을 따라
한 모금씩 먹여가며
잠든 아이의 숨결을 세었노라.
단지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아이의 고통 앞에서
무력한 나를 마주하기 때문이었노라.
그리고 그 밤,
나는 아버지가 되어가는 또 한 걸음을
묵묵히 딛고 있었노라.
“아이의 이마는 뜨거웠고,
나는 그 열을 옮겨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의 무게는 함께 앓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