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 “내릴 때를 알면, 탈 때도 더 용감해진다”
형이 진짜 오래 탄 버스가 하나 있었어.
출발할 땐 좋았지.
좌석도 넓고, 공기도 좋았고,
함께 탄 사람도 괜찮았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치는 버스가 되더라.
형은 예전에
처음으로 정규직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
일은 안정적이었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고,
월급날마다 부모님도 안심하셨어.
근데 이상하게,
매일 아침 회사 가는 길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 버스를 계속 타는 게 맞나?
더 멀리 가야 하나?
지금 내리면 너무 바보 같을까?
그 생각만
매일 머릿속을 맴돌았어.
형은 결국
몸이 먼저 내리더라.
위염, 수면장애, 공황 증상…
버텼던 이유는 딱 하나였어.
“지금 내려도 되는 건가?”
근데 지금 와서 말할 수 있어.
그때가 내려야 했던 순간이었다는 걸.
내리는 건 포기가 아니라, 자기 회복의 시작이었어.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처음엔 좀 무서웠어.
버스에서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내린 느낌?
근데 형은 그때
진짜 많은 걸 배우게 됐어.
뭐가 나한테 안 맞았는지
내가 진짜 가고 싶은 방향이 어딘지
누구와 함께 타야 덜 지치는지
그리고 나서야
다음 버스를 탈 때는 망설임이 줄었어.
형은 요즘은 이렇게 말해.
“길게 탈 용기가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내릴 줄 아는 사람이다.”
무조건 버티는 건 용기가 아니야.
진짜 용기는
“여기까지다”를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거야.
“내릴 때를 알면, 탈 때도 더 용감해진다.
계속 타기만 하면
목적지는 흐릿해지고,
몸도 마음도 망가져.
내릴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로 다음 버스를 선택할 수 있어.”
– “누구와 타는지가, 어디보다 중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버스의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
함께 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