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 박. 의. 계. 절

수박을 썰었는데… 두툼한 참치뱃살이 나왔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더우신분들 죄송합니다.)


마트 한복판에서 수박을 고르는 일은

늘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왜냐고?

딱딱이 부위의 크기로

그 수박의 운명이 정해지니까.




수박 고르기, 그건 사실 미션이다


“이왕이면 잘 익은 걸로.

줄무늬는 선명하고, 꼭지는 싱싱하게.”


내무부장관, 즉 아내께서 내려주신 명령은

단호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장을 보다 보면

마트 한가운데서도 손에 땀이 난다.


애들은 수박 통통 두드리며

“이건 밍밍할 것 같아” 하고,


나는 진지하게 귀를 대고 툭툭.

이 정도면 거의 무속이다.


그리고 결정타는

“ㄸㄲ부분, 꼭 작아야 돼.”

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수박의 하얀 껍질 근처 딱딱한 그 부위.

그게 얇을수록 수박은 당도가 높고

즉, 이 집의 평화를 지켜낸다는 뜻이다.


수박의 단면은 운명을 말해준다


칼을 들고, 중심을 정확히 겨눈다.

사각— 소리를 내며 쪼개지는 껍질.

벌어진 단면은 붉고 촉촉하다.

물방울이 맺히는 그 순간,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온다.


‘딱딱이 부위’도 얇고 균일하다.

속이 붉고 선명한 이 수박은

정말로 ‘잘 뽑았다’는 확신이 든다.


아내는 한마디만 한다.

“오, 이번엔 인정.”




마지막 조각, 참치 뱃살이었다


조각을 하나하나 썰다가

끝에 남은 큼직한 덩어리 하나.

무심코 도마에 올려놓고

옆에서 보자, 순간 멈췄다.


이건, 수박이 아니다.

비주얼만 보면 누가 봐도 ‘참치 뱃살’.

도톰하고 윤기 흐르는 곡선.

결대로 퍼지는 물기.

고급 일식집 접시 위에 올려도 위화감이 없을 그 자태.


나는 그 조각을 들어,

참치 뱃살처럼 조심스레 한입에 넣는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그리고 딱 그 순간,

올여름이 드디어 완성된다.


냉장고에 한가득 수박이 있을 때

이. 건. 못. 참. 지



수박 하나에 온 집안이 웃고,

참치 뱃살 하나에 기분이 뒤집힌다.

이건 못 참지. 진심으로.


구독도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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