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에서 인생이 익는다”
냉동 삼겹살은 참 묘한 고기다.
두껍지도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불판 위에 얹는 순간 그 어떤 고기보다
뜨거운 존재감을 뿜는다.
살짝 얼어 있는 채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익어가면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그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 둘 모인다.
조금씩 갈라지며 지글거리는 그 소리만으로도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젓가락을 들며 말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기 한 점이 조심스럽게 뒤집힌다.
고기 표면에 퍼지는 기름,
노릇노릇해지며 자글자글 부서지는 그 빛깔이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는 ‘냉삼의 품격’이다.
옆 접시에 놓인 차돌박이는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얇고 말려 있어서
“이거 뭐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판에 닿는 순간,
이 고기의 정체는 곧 밝혀진다.
익는 시간은 단 3초.
너무 오래 올려두면 사라지고 만다.
젓가락을 드는 순간과 놓는 순간 사이의
정확한 직감.
그 감각이 맞아떨어질 때,
차돌 한 점은 입 안에서 터진다.
기름은 녹고, 고소함은 퍼진다.
질기지 않고, 씹을 틈도 없이 사라지는데,
그 여운만큼은 꽤 오래 입안에 남는다.
불판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대개 처음에는 말이 없다.
서로 집게를 건네고,
익는 고기의 색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며
작은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후 내뱉으며 조용히 뒤집는다
그리고 속삭이듯이
이건 못.참.지
그리고 그 리더는 익은 고기를 하나씩 접시에 덜며
말 없이 애정을 표현한다.
“이건 니가 먼저 먹어.”
“이건 좀 더 익혀야겠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과 순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불판 앞에서 익는 건 고기만이 아니다.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
서운했던 순간들,
말로 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기름 냄새와 함께 서서히 익어간다.
형이 말했다.
“냉삼은 실용이고, 차돌은 감성이야.”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형, 그거 다 맞는데... 결국 굽는 사람이 제일 중요해.”
불판 위에서 고기를 굽는다는 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사람을 굽는 일이고,
관계를 조절하는 일이고,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고기보다 마음이 먼저 익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해야 하는 그 묘한 긴장감.
그게 냉삼이고, 그게 차돌이고,
그게 형제다.
마지막 고기를 올리고
이제 볶음밥을 생각할 즈음,
고기판엔 기름이 자리를 비웠다.
말은 없지만 다들 느낀다.
배도 찼고, 마음도 풀렸다.
어쩌면 오늘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누가 고기를 집게로 뒤집는
그 짧은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오늘도
고기 앞에서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고기 냄새에 조금 더 솔직해진다.
그리고 다음엔 이런 말이 나온다.
“다음엔 항정살이나 먹어볼까?”
아무도 거절하지 않는다.
고기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열린다.
그게 고기의 힘이다.
익는 건 고기뿐 아니라, 마음도 그렇다.
불판 앞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다워진다.
구독도 못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