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행 비행기 타기 전, 신라면 한 입

“출국 직전, 청주공항에서 벌어진 신라면 대참사”

by 라이브러리 파파

청주공항 신라면 — 떠나기 전, 꼭 한입


아들과 나

바로지금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기 전,

누군가는 커피를 찾고

누군가는 면세점을 구경하지만

우린 다르다.

컵라면의 국물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



청주공항 1층, 자동출입국기 앞의 작은 전투


가방은 이미 부쳤고

탑승까지 한 시간 남았다.

배는 출출하고,

아이들은 슬슬 짜증이 난다.


그때 우리의 눈에 들어온 건

편의점 냉장 코너 아래 놓인 빨간 용기,

신라면.

(심지어 편의점에서 안사고 미리 집에서

가져오는 센스~)


주변을 살핀다.

저쪽에 정수기가 있다.

뜨거운 물 가능.

지금 당장 가능.


우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정수기 앞에서의 침묵

— 물 붓는 시간조차 경건하다


신라면 뚜껑을 반쯤 벗기고

면 위에 스프를 쏟는다.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김이 피어오른다.


그 공항 한복판에서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3분.

하지만 마음은 이미 일본에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국물 한 입 생각에 정신이 없다.




라면 한 젓가락이 가져온 평화


의자에 앉아

아이에게 첫 젓가락을 건넨다.


"뜨거우니까 후- 불어서 먹어."

그 한마디에

기내식보다 더한 정성이 담겨 있다.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보며

나는 뚜껑을 열고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킨다.


아, 이 국물.

기내에서 나오는 수상한 우동과는 비교가 안 된다.

출국 전 마지막 한국의 맛,

신라면 국물 한 입이면 이미 반은 성공이다.




수박 통에 담아온 과일까지 완벽하다

작은 도시락 통에 담겨온 수박 몇 조각.

매운 라면 사이사이 입을 식혀주는

여행 전의 작은 사치.


우린 그렇게

공항 한복판에서

한국과 작별 인사를 했다.




신라면 하나로 마음이 든든해졌고,

수박 몇 조각으로 기분이 달콤해졌다.

이건 못 참지. 진심으로.


아들과 4박 5일 오사카여행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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