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는 열렸는데, 자리는 이미 정해졌더라” – 사내 공모의 민낯
“혹시 이번 공모, ○○팀
김OO 대리 간다는 거 진짜예요?”
팀 막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그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내 공모는 원래 좋다.
내부 인재에게 기회를 주고,
자율적인 이동을 장려한다.
서류, 인터뷰, 최종결정—정해진 절차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절차가 공정하냐가 아니라,
결과가 예측된다는 사실이다.
“이번엔 결국 A팀장이 데려가기로 한 사람 간다더라.”
“OO 부장님이 미리 찍어놨다며?”
이런 말이 퍼지기 시작하면,
공모는 더 이상 제도가 아니라 쇼가 된다.
사내 공모 공고가 올라가고 10분도 안 돼서,
사람들은 예측을 시작한다.
“아, 저 자리? 누가 들어갈지 다 정해졌대.”
“이번엔 아예 B팀에 배치가 먼저 잡혔대.”
“지원자 중에 김 대리 있잖아. 그 사람 작년에 팀장하고 프로젝트 같이 했어.”
이건 단순한 뒷담화가 아니다.
조직에서 신뢰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열린 제도로 포장된 자리가 실제로 닫혀있다면,
사람들은 시스템을 믿지 않고 사람만 본다.
몇 년 전, 정말 실력 있는 한 과장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내 공모요? 저 지원 안 해요.”
“어차피 결정된 사람이 있잖아요.
괜히 들러리 서느니,
차라리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죠.”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공모제도가 누군가에게는 기회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모욕일 수도 있구나.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지 투명하게 밝혀라.
→ ‘인사팀’이 최종 결정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무 팀장의 입김이 더 세다.
지원자 명단은 반드시 비공개로 유지하라.
→ “누가 넣었다더라”는 말이 돌기 시작하면,
이미 게임은 깨진다.
한 번쯤 ‘의외의 선택’을 하라.
→ 모두가 예상했던 사람 대신,
‘숨은 인재’를 발탁하는 조직엔 신뢰가 생긴다.
기회는 문을 여는 것보다,
그 문을 지나가는 사람이 믿고 들어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모제도가 진짜 제도로 기능하려면,
사람들이 “이건 해볼 만한 승부다”라고 느껴야 한다.
정해진 사람을 위한 공모는
구성원을 소모하는 절차일 뿐이다.
〈면접은 끝났지만, 이미 탈락한 기분이었다〉
지원자는 묻고 있다. “공정한 기회라고 했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왜 미리 탈락을 예감하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