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짧은 인상
비행기 안에서 만난, 카메라를 다루는 후니와 푸드스타일리스트 영언니. '내가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생각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묘미였지!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 타이밍이었다. 연신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는 후니를 보면서는, '그! 첫 여행의 두근거림'을 상기시켜봤다. 나도 처음 비행기를 탈 땐 창가에 앉아 구름이 얼마나 예쁜지, 하늘에서 보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의 감탄을 했었다. 기내식 하나부터 화장실 앞의 창문까지. 너무 낭만적이라 멀미를 하는 와중에도 가슴이 설렜지.
한 달 휴가를 내서 이탈리아 남자친구네 가는 영언니는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 언니는 미니 당근에 풀이 나있음 얼마나 귀여운지, 이탈리아의 빠알간 토마토가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를 조물조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HEE언니! 모로코에서와는 사뭇 달랐던 언니의 프라하 라이프는 보는 나도 기분 좋았다. 외국 생활이 참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를 보니 외국에서 일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유럽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는 않으니까. 젊은 날 몇년 일하다 그 이후에 안정적인 라이프를 찾는 것이, 젊음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지 않는가. 혹은 외국에서 자리 잡은 사람과 살면서, 그 지역의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생활이었다.
Hee언니 인연으로 만나게 된 대기업오빠와 의사오빠는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남자 친구들이었다. 같은 회사를 다른 방식으로 다녔던 나, 오빠, 언니가 바라보는 회사에 대한 시각이 재밌었다. 대기업의 치밀한 시스템과 눈치는 어디서든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것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놀라며 밤을 지세웠지.
#프라하 어딘가에서, 여행의 첫인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