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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작가가 될 거야!

나랑 같이 해줘 엄마!

by 안영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었다. 못된 딸년이 지새끼를 낳고 엄마로, 여자로 살아가며 내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했던 건 그저 무섭고 자신이 없어서였다는걸 깨달았다.

엄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릿하고, 눈물이 핑 도는 걸 느끼며 엄마와의 시간들을, 엄마의 청춘들을 남겨주고 싶었다. 엄마인생이 결코 잘 못 살아온 게 아니라고! 누구보다 씩씩하고 열심히였으며 든든한 빽그라운드였다고!

브런치를 시작으로 서툴고 어렵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엄마에겐 알리지 않았었는데 엄마의 일기장, 가계부, 월급봉투가 필요했다. 그 속의 숨겨진 엄마의 마음들이 필요했다. 지난주 엄마아빠와 저녁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손주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며 흐뭇해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내 책 쓸 거다. 근데 엄마이야기다."

"우리 딸, 진짜 작가가 돼 낀 가베? 엄마 일기 쓰다가 말다가 했는데^^ 월급봉투도 얼마 전에 버리고 몇 개 없다. 우짜꼬.. 괜히 버렸네!"

엄마 반응이란, 이렇다.

'싫다고 하면 어쩌나 , 절대 안 한다고 하면 몰래 가져와야 되나?'생각했었는데 못된 딸년이 언젠간 꼭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는 딸한테 도움이 못될까 싶어 오히려 미안해한다.

"엄마이야기를 내가 쓰고 , 엄마도 그 마음을 또 써주고 그리해보고 싶은데 엄마 해줄 거가?"

"내가 뭘 알아야 쓰지,,"

"엄마도 글 쓰는 거 좋아하잖아. 그리 시집도 안 가고 애도 안 낳을 거라 캤는데 이라고 있는 딸년 욕도 쓰고ㅋ"

"그러면 네가 우찌 쓰라하모 내가 해볼게~"

"근데 엄마 일기장에 비밀 같은 거 없나?ㅋㅋ "

"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해서 다음날 엄마는 월급봉투를 찾아서 사진 찍어 보내고 일기장도 다시 살펴보셨다한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엄마와 멋진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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