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7살 내 아들이 기다리는 쪽지
엄마는 종종, 자주 편지를 적어주시곤 하셨는데 편지가 아닌 짧은 쪽지가 온건 언제부터였을까?
중학교시절 도시락엔 있었고 , 초등학교 시절에도 있었나?마흔중반이 넘은 지금도 엄마는 가끔 쪽지를 주신다.
자주 아픈 딸이 뭐라도 못먹을까 먹고싶은걸 물어보고는 정성이 듬뿍담긴 요리와 함께 쪽지도 넣어주신다.
이제 맞춤법도 자주 틀리고 글씨도 예전같지 않지만 꾹꾹 눌러담은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별내용이 아님에도 눈물이 나오곤한다. 나도 그전엔 엄마의 쪽지에 답글을 보내기도했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기념일 말고는 이쁜말로 편지나 쪽지를 엄마에게 건네지 못했다. 아픈마음이 자꾸 삐뚤게 나와서 쓴소리만 하게되었다. 그 아픈 마음은 아들에겐 사랑으로 다시 표현된다. 엄마에게 건네지 못하는 쪽지들은 7살 아들의 수저통에 사랑의 쪽지로 들어갔다.
내가 엄마에게 배운 사랑이 아이에게 전해진거다. 엄마의 쪽지가 생각난 어느 날 아침 아들 수저통에 몰래 사랑이 듬뿍 담긴 쪽지를 하나 적어 넣었다. '우리보물 서우야, 오늘도 즐겁고 신나게 보내자. 아주 많이 사랑해' 그 날 하원한 아들은 잔뜩 신이 나서 나를 불렀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 난리가 났어요~ 서우 쪽지 서로 보겠다고 친구들이 막 몰려왔어요! 엄마 쪽지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감성이 풍부한 아이라 '좋아하겠지'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격한 반응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 날 저녁 한참을 생각해봤었다. 나도 어릴적 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의 쪽지 한 장에 어깨가 으쓱하게 기분이 좋았던 그 시간들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서우에게 쪽지를 넣어줬더니 그렇게나 좋아했다며, 이건 내가 엄마한테 그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오랜만에 수다를 널어놓았었다. 고맙다는 말은 쏙 빼고 ....
부모님께 표현을 아주 잘 하는 딸이였다. 엄마아빠가 답답하고 때론 밉고, 때론 싫었지만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들이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난 그들에게 다정한 사랑표현을 받으며 자랐다. 근데 그 사랑표현이 자식을 낳고 나니 줄어버렸다. 엄마아빠를 향한 마음은 분명 커졌는데 표현이 왠지 어색해졌다.
왜일까? 아이를 키우며 내 마음은 두갈래로 나뉘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감사하고 대단한 것인지 알게되면서 엄마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저미었다. 그리고 엄마의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역시나 난 엄마처럼은 살 수 없을꺼라 되뇌엿으며, 안타까웠다. 애증일까...너무 감사하고 너무 사랑하면서도 안타까워 화가나고 속이 상한다.
엄마의 쪽지들을 다시 꺼내 읽어보며 오늘 이글을 오랫동안 적고있다. 내일은 손주보러 할미할비가 오시는 날이다.
내 엄마는 나를 보러 오는 날이다. 내일은 아들에게만 쓰지말고 엄마에게도 사랑가득한 쪽지를 한통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