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부탁하는 할머니
보통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그대로 내리사랑이다. 내 자식 키울땐 돈버느라 밖으로만 돌아서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절을 지켜보지 못했기에 손주들을 보며 내 자식에게 못해주고, 못봤었던 사랑의 시간들을 채운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아니다. 내가 겪어봤으니, 내가 키워봤으니 육아를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기때문이다. 너무 귀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지만 한 생명을 싹틔운다는건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을 갈아넣는일이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내리사랑에 순서가 있다. 손주들이 너무 이쁘지만 내 새끼를 힘들게 하면 최고로 이쁘진않다. 엄마들에게 내리사랑 1번은 내새끼다. 몸조리를 하고, 육아가 처음인 딸한테 매일 같이 오던 엄마는 손주가 보고싶은 이유보다 내 딸이 좀 더 쉴 수 있기를, 좀 더 잘 수 있기를, 좀 더 잘 먹을수 있기를 바래서였다. 한참 이유없이 많이 울던 시기가 있다. 나의 아들도 그런시기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속상해하는데 엄마는 우는 손주를 들쳐업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말했다.
"내새끼새끼야~ 그만 울고 뚝하자~~ 내새끼 힘들다. 그러니 할미가 부탁할께~ 그만 울자 내새끼새끼야~~ "하며 자장가를 부르다가 우는 아이에게 부탁하다가 했다.
지금도 엄마는 종종 집에 오신다. 지금은 손주가 할미할비가 보고 싶어 꼭 오시라고 하지만 , 엄마는 손주가 찾아줘서 행복한건 고마운일이고 그렇게 오셔서 엄마새끼인 내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게 더 뿌듯한 일인거다. 나도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엄마처럼 그런 마음이 들까?
이번주엔 폭우로 집에 못오신 엄마가 새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