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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Jul 02. 2021

포 이야기  (1)

후지마비 아기 고양이의 생존 임보 일기



구조란 . . . 



또 한 아이가 제 곁으로 왔습니다.

이전에 길에 살았던 아이들 .. 사연 담긴 다섯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는데

그래서

5묘와 행복한 집사(오묘한 집사)로 털 뿜뿜이는 공간을 치우기 바빠서

‘나에겐 더 이상 구조란 없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해 보았지만  

정말 알 수 없는 ‘묘연’이라는 운명은

돌고 돌아서 나에게 자석처럼 딱 붙어버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기 길고양이와의 묘연 . . .



제주시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무리 하던 날, 예전에 플리마켓에서 만났던 분의 전화를 받았다.

다리 다친 아기 고양이가 바닷가 카페 창고 문틈에 끼어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

그래서 동물구조팀에 연락하라고 말씀드렸는데  구조팀은 멀리 있어서 내일 온다고 한다 ㅠㅠ  

기름을 바르고..

물을 뿌리고..

아기 고양이를 빼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단다.         

나도 한시간 거리로 멀리 있는데 ㅠㅠ    

나도 별 뽀족한 방법이 없는데 ㅠㅠ   

어떻게 하지 ???


할 수 없어 같은 동네 지인 캣맘에게 사정을 말하고 가서 봐 달라고 했더니

길고양이 밥 주시는 남자 분과 같이 가서 창고문을 뜯고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였는데 이미 아기 고양이는 물과 기름 범벅으로 축 늘어져 체온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일단 우리집 오묘들이 다니는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하고 급한 마음을 달래며 운전을 하고 병원으로 달려 갔다.

아기 고양이는 이미 척추 뼈에 금이 간 상태로 아마도 하반신 마비로 살아가야 한다고 . . .

4시간마다 들어가는 부종 가라앉히는 신경치료제를 링거와 같이 투여하고 체온을 올리기 위한 집중치료로 일단 입원시키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물보호센터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하반신 마비의 고양이의 경우 관리가 어려워 다음날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고 한다 ㅠㅠ

아픈 아이를 구조할 경우 보통은 동물보호센터 병원으로 보내서 치료 후 방사를 하곤 했는데 . . .

안락사 라니 ㅠㅠ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ㅠㅠ


구조 요청을 하신 분을 만나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물었더니 본인은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어 임시 보호를 할 수 없다고 한다 .

육지에서 와서 아는 지인도 별로 없다고 . ..

나도 5묘가 있는데 . . .

동물단체에 구조 요청을 했으나 그쪽도 구조 아이들이 너무 많아 난감해 한다 ㅠㅠ 


너무나 막막하다 . . .

왜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을까 . . .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사서 작은 촛불을 하나 켜고 오묘들과 마주 앉아 병나발을 불었다.
일단 살려 놓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 . .

다행히 아기 고양이는 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너무나 두렵고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 체온을 조금 올리자 먹기 시작한다.


"그래 아가야 ~ 먹으면 살 수 있어 "


젖은 털을 말리고 병원 원장선생님은 밤새 아이를 지켜보며 상태를 체크해 주셨다.

이미 척추를 다쳐 다리를 끌고 다니는 사진이 그 전날 인스타에 올라 왔다고 어제 지인이 사진을 캡쳐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내가 사는 동네 . . .

제주도 유명 관광지 대포 주상절리 옆에 있는 대포 포구, 그 곳은 요트를 탈 수 있는 그림 같은 곳이다.

포구의 옆 건물 아래에 다리를 끌며 기어다니는 노란 애기 고양이,

구조를 요청하는 인스타를 보고 사실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많은 변명을 만들면서 . . .




나는 바닷가 포구 옆에서 태어났어요.

아마도 춥지 않은 4월 쯤 지구별에 온 거 같아요.

엄마와 언니 오빠 는 공사장 같은 곳과 작은 언덕을 뛰어 다니며 뛰어 놀았는데 나는 잘못하여 높은 곳에서 떨어져 허리와 다리가 아프게 된 거 같아요 ㅠㅠ

다리를 끌고 앞발로 엄마를 따라 다니기 힘들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휙휙 따라 다니다 길을 잃어 버렸어요.

사람들의 큰 발이 무서워 숨기로 했는데 . . .너무 작은 구멍으로 숨어서 몸이 빠지지 않아요 ㅠ


‘엄마~ 너무 무서워요~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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