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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Jul 02. 2021

포 이야기 (2)

후지마비 아기 고양이의 생존 임보 일기


임보 1일 째 . . .


아기 고양이는 척추 안정을 위하여 압박붕대로 허리를 감았는데 신경이 이상이 있는지 혼자 오줌을 못 봐서 손으로 짜 주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예상한다.

매일 병원에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오줌 짜는 방법을 배우고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다.

서너 시간 마다 아이에게 영양식을 먹이고 하루 세번 약과 오줌 짜기 ㅠㅠ

오묘들은 방문 밖에서 계속 울어 대고 침대에 배변 패드를 깔고 같이 누워 아이의 발을 주물러 준다 .


나는 기적을 믿지만 . . .

나에게 온 이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난다.

아이의 얼굴을 만져주며 "괜찮다 . . . 괜찮다"고 말해주지만 나는 사실 괜찮지가 않다.


정말 낯선 구조란,

누가 책임을 지고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 .



이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다.

보통 구조한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어 주는데 . .

대정에서 구조한 아이는 ‘정이’

새별 오름에서 구조한 아이는 ‘새별이’이

아기 고양이는 대포 포구에서 구조해서 ‘대포’ ? ? ? 여자 아이 이름이 ㅠㅠ 전쟁에 나갈 것도 아니고 ㅠㅠ  그래서 ‘포’ 라고 부르기로 했다.


“포 야~~~~ 포”

포야 ~ 우리 잘 이겨내 보자 ~




임보 2일 째 . . .


포와 함께 하는 일상 ...

쉬고 싶다고 생각한 나에게 집에서 쉬는 여유로움을 포가 선물한 것 같다.

지난 밤 포가 계속 울어 자는 둥 마는 둥 ㅠㅠ  

아침 10시 동물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포를 데리고 가서 오줌을 짜 내고 엑스레이를 찍고 허리에 압박 붕대를 감고, 압박 붕대가 힘들어 딸꾹질을 계속하여 산소 호흡기를 대고 . .

이 작은 아이가 이 어려운 과정들을 눈물 한 방울과 인내로 잘 견뎌 주고 있다.


포와 함께 포가 구조된 대포 포구를 둘러 보는데 다행히 포의 가족에게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인스타에 포의 사진을 올리셨던 캣맘도 만나 길아이들의 안녕을 물어 본다.


다행히 포는 잘 먹고 예쁜 감자도 만들어 내고 이제 혼자 그루밍도 한다.

거실 바닥에 잠시 내려 놓았더니 뒷다리를 끌면서 앞발로 순식간에 쇼파 밑으로 숨어 버린다.

아마도 허리를 다친 후 그렇게 숨으며 살았나 보다 . . .  

5묘들이 낚시대 놀이를 하는 것을 쇼파에 기대 앉아 고개만 돌리면서 보는 포,

정말 순하고 착한 오묘들은 하악질 몇 번 하곤 멀리서 포를 지켜만 본다.

기특한 녀석들 ㅎ ㅎ  

한참을 쇼파의 엄마 집사(고양이 돌보는 집사)의 배 위에 누워 자다가 언니 오빠냥들을 쳐다보고 . . .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간다.





임보 3일 째. .


오늘도 우리는 평온하고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간다.

포를 받아들이기까지가 너무 힘들었지만 . .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일단 임보(임시 보호)하기로 마음먹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

포의 오줌 짜는 것을 못해 일요일 인데도 아침에 병원에 가서(이쁜 간호사 샘이일부러 나와 주심 ㅜ 고마버요) 정말 많은 오줌을 짜 내고 포는 이제 기분이 좋아져서 잘 먹고 잘 잔다.




오늘의 미션 ~~~

우리 집에서 제일 잘 생긴 사랑이 오빠 냥이랑 사진 찍기 ㅎ ㅎ

잘 생긴 녀석이 성격까지 좋은 오빠 사랑이 ~  

좋지는 않지만 엄마의 칭찬을 기대하며 포를 받아 준다.

사랑이 오빠의 등에 업혀서 기분 좋은 포 ~  

아직은 꼬질꼬질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쁜 귀요미 포 ~




저녁 때는 드디어 엄마 집사의 포 오줌 짜기 성공 ㅎ ㅎ ㅎ

포가 자는 동안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청소도 하고 그러나 애기 언니 냥이와 바다 오빠 냥이는 질투가 장난이 아니다.  

가까이 오지도 않으면서 계속 주위만 맴돌아 안아 주었더니 그동안 한번도 안 하던 하악질을 ‘하악 하악’ 해 댄다.

오묘들이 포를 잘 받아 주어야 할 텐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비가 온다.

길에 사는 길고양이들은 오늘도 어둠 속에서 고단한 삶을 견디고 있는데 . . .

배고픔이라도 없어야 할 텐데 . .




오늘은 비가 와요 . . .


인간 엄마는 나를 ‘포’ 라고 불러 줘요. 이제 내게도 이름이 생겼네요 ㅎ

포는 엄마 집사랑 동물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오줌도 짜고 허리 붕대도 새로 감고 왔어요 .

허리 붕대는 무겁고 불편해요 ㅠ

애기 캔과 파우치를 섞어 냠냠도 여러 번 나누어 먹고 엄마 집사랑 거실에서 음악도 듣고 춤도 추고 거실에서 빠른 질주도 해보고 . .

여기는 정말 다른 세상 같아요.

엄마와 언니 오빠 대신에 큰 인간 어른이 날 안아주고 포의 엄마보다 큰 고양님들이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혼자 오줌을 눌 수 없어 엄마 집사가 오줌을 짜 주는데 너무 서툴러서 찔끔 눈물도 나지만 엄마 집사의 폭신한 배 위에 누워 자는 잠은 꿀잠이기도 해요.

비 오는 창 밖을 보며 바닷가 어딘가에서 비를 피해 있을 가족을 생각하니 포는 가슴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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