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묘한집사 Jul 02. 2021

포 이야기 (3)

후지마비 아기고양이의 생존 임보 일기



임보 4일 째 . .


비가 간간이 내리는 아침, 포와 동물병원 가서 검진을 받고 왔다.

오후에는 위미에서 포를 직접 보러 오신 지인이 한참이나 포를 무릎에 안으시고 온화한 미소로 포와 얼굴을 맞대고 축복해 주시던 모습... 너무나 감사했다.

손편지까지 곱게 주시고 노란 우산 쓰시고 비 속을 가볍게 걸어 가시는 모습이, 길아이들의 이야기가 오래 오래 마음에 남았다.

포를 직접 구조해 주시고 병원까지 데려다 주신 지인님도 너무 감사하다. 

포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 그리고 포 자체의 살려는 의지가 이 아이를 살리는 것 같다.


오늘은 오묘들이 모두 큰방에 모였는데 이상한 냄새에 담요를 젖혀보니 포가 응가를 하는 중 ㅠㅠ

엉겹결에 손으로 받아내고 ... 바다 냥이는 그동안 안하던 스프레이를 엄마 집사를 향해 쏘아댄다.

바다 냥이의 질투는 정말 무섭다 ㅠㅠ


비가 오는데도 기다려 주는 중문 색달해변 길고양이들 ...

오늘은 사료 위에 한 캔씩 얹어 주고 비가림 우산도 씌어 주고 비 맞지 않고 편하게 배불리 먹으라고 해 주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이 소중한 만큼 길아이들이 항상 가슴에 아린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지 2년,

 포의 가족도 배고프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 ...



이렇게 이쁜 아이 보셨나요 ?

딸 아이는 포가 억울하게 생겼다고 하지만 초롱 초롱한 눈빛 ... 애교 많은 작은 손 ... 좋은 먹성 ... 황금빛 털옷 까지 ㅎ ㅎ ㅎ

포는 완전 귀요미 !

요염한 저 포즈 좀 보소 ㅎ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나 ???




임보 5일 째



올 봄에 17살로 별이 된 시츄 할배 우람이가 발가락 종양으로 수술 했던 병원에서 강아지에게 침을 놓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갑자기 나서 제주시에 있는 ㅌ 동물병원에 문의 했더니 데리고 와 보라고 하신다.

척추 골절로 신경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클 수 있다고 했지만 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침 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길고양이 사진전에도 와 주셨던 원장 선생님이 포의 침 담당 선생님 ㅎ

후지마비로 침 치료를 통해 어색하지만 걷고 대소변을 혼자 가리는 병원의 푸들 강아지 송이도 보고 우선 3회 침 치료를 실시 후 조금의 차도가 있으면 계속하기로 했다.

포가 물 수 있어서 목 가리개를 하고 작디 작은 몸과 다리에 여러 개의 침을 꼽는데 ㅠㅠ  아파서 몸부림 조금 . . . 하마터면 물릴 뻔했다.



20분 동안 두 손으로 잡고 포를 달래 본다.

안깐 힘 후 잘 참아 준 포 ~~

침을 놓을 때 약간 움직임이 있는 다리를 보면 신경이 회복될 수도 있지 않을 까 . . .

관절 운동 시키는 방법과 혈 자리 누르는 곳을 배우고 예쁜 애착 인형과 분홍 방석을 사서 다시 서귀포로 왔다. 오는 동안 힘들었는지 담요에 싸여 내내 잔다.


‘수고 했어, 포 ~ 잘 참아 주어서 고마워’

‘우리 열심히 치료해 보자’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두번씩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병원 다니기로 하고 엄마 집사는 집에서 재활 훈련을 열씨미 ~

포는 오줌을 짜고 맘마를 먹고 애착인형을 안고 잘 잔다.

만들어 준 물고기 낚시대도 잘 가지고 놀고 컨디션도 좋아 보인다.



나는 이 작은 생명이 참 좋다.

그저 좋다.

이 땅에 태어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길에 사는 아이들이 그 생명의 소중함이 배려 받고 이해되는 그런 사회, 제주가 되었으면 . . .





임보 6일 째



바람 소리 , 비 소리 창문 너머 스며드는 비 내음 . . .

포는 재활 운동을 시작 했는데 자세가 너무 요염하다.

분홍 방석에 사람처럼 누워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어제 제주시 동물병원 가서 침 치료를 받고 다리 근육 강화를 위한 근력운동과 혈 자리 자극하기를 배운 대로 해 주는데 두 다리를 잡고 운동을 시작하면 두 손으로 장난치며 잘 받아주고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두 다리를 잡고 운동을 시키면 가끔씩 다리를 파르르떨기도 하고 잡아 당기면 스스로 당겨 접기도 한다.

기어 다닐 때도 끌기만 하던 두 다리의 움직임에 약간의 접는 동작도 나타나고 정말 신기하게도 침의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재활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어 버린다.

꿈 속에서 엄마 냥이와 같이 뛰어 노는 꿈을 꾸는지 얼굴의 표정이 밝고 편안해 보인다.




오늘은 서귀포에 있는 ㅈ 동물병원에서 척추 고정 붕대를 다시 감고 다리 사이 상처를 소독 하고 오줌 시원하게 짜내고 돌아와 냠냠 가득 먹고 곤한 잠 여행을 하고 있다.

아직도 마음을 열지 않는 첫째 애기 냥 언니는 보란 듯이 레이저 광선을 쏘고 ㅠㅠ 막내 바다 냥은 보란듯이 스프레이를 쏜다.

사랑이, 미소, 노랑이는 무던한 눈빛으로 바라 보다가 코 인사 ㅎ ㅎ


주어진 삶의 길에서 우연히 만난 묘연들 . . .

함께 걸어가길 원하는 눈빛이 바람처럼 마음을 흔들어 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있는 것 같다.오늘도 비 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포를 안고 오묘와 창밖을 본다.




임보 7일 째 . .



깨알 발랄한 포는 이제 온 집안을 돌아다녀 기어 다니는 아기를 따라 다니듯 계속 따라 다닌다.

잘 먹고 예쁜 맛동산도 하루 두 개 ㅎ

아직은 서툰 엄마 집사 때문에 오줌 짜는 것을 싫어해 발버둥치지만 거실 바닥에 내려 놓으면 앞발로 언니 오빠 냥이들을따라 다니느라 분주해 진다.

혼자 터널도 잘 들어 갔다가 나오고 낚시대 장난감도 엄청 좋아한다.



소화가 잘 되도록 습식 캔과 애기 파우치를 섞어 먹이는데 이상하게 먹을 때 마다 눈물을 흘린다.

왜 그런 걸까 ?

너무 맛 있어서 감동이라도 하는 걸까 ?

누워서 다리 운동을 하려고 하면 정말 아기처럼 몸을 뒤집어버려 몇 번이고 다시 자세를 잡아 보지만 얼마나 재빨라졌는지 ~ 그래서 안고도 하고 무릎에 놓고 하기도 한다.

침 치료하고 계속 다리 운동 시키고 혈 자리 자극해 주니 처음보다 조금 다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는 장애는 가질 수 있지만 꿋꿋하게 잘 살아갈 것 같다.


장애는 생활의 불편함을 다소 느낄 수 있지만 삶을 제약 받거나 소외되거나 그로 인해 삶의 기회를 빼앗겨서는 안된다.


거실 밖 미니 정원에는 하루 종일 까망이 냥이가 와서 자기 좀 봐 달라고 애옹 거린다.

가까이 가면 하악질 하며 도망가면서 왜 자꾸 불러 대는지 . . .

마음이 아프다.


오늘도 고양이에 둘러 쌓인 삶이다.

뉴스에 길고양이 학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길에 사는 아이들이 억울한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럽고 푹신한 잠자리, 맛난 맘마가 있는 이 곳이 포는 마음에 들어요 ㅎ

오줌을 짜는 두툼한 엄마 집사 손과 몸을 콕콕 찌르는 침이 무서워 벌벌 떨지만 포에게 언니 오빠 냥이 많이 있어 너무너무 재밌어요 ㅎ

특히 잘생긴 사랑이 오빠 냥은 포를 핥아 주기 까지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재미진 터널도 있고 물고기 낚시도 할 수 있어요.

붕대 때문에 가슴이 많이 답답하지만 포는 참을 수 있어요.

나는 이뿐 포 ~ 니까 ㅎ

다리가 빨리 나아 뛰고 싶고 높은 캣 타워도 올라 가고 싶어요.




임보 8일 째 . . .


이쁜 포는 낮에 자고 밤에 놀아 달라고 앵앵거려서 엄마 집사는 새벽 2-3시에 일어나서 맘마 먹이고 오줌 짜고 운동시키고 낚시 놀이를 한다.

오늘은 서귀포 ㅈ 동물병원에 가서 척추 붕대도 새로 갈고 예쁜 간호사 선생님이 정말 시원하게 남은 오줌을 짜 주셨다. 엄마 집사가 짜는 것의 거의 5배 수준 ~~~ 짱짱짱

이제 포는 900g . . . 처음 왔을 때는 800g 이었는데 10일 만에 100g이 늘었다.


어제 이빨이 부러져 입원한 중문 색달 해변 길고양이 ‘사바나’를 보고 침 치료하러 빗 속을 뚫고 제주시로 갔다. 하루에 두 병원 ㅠㅠ

한참을 기다려 포의 침 맞을 차례 . . .

물릴까 봐 넥카라를 씌웠더니 기어코 벗겨내고 마는 고집쟁이 포 ~

오늘은 두 앞 발과 허리까지 지난 번과 조금 다른 위치에 침을 맞았다.

따끔하고 아팠을 텐데 . . . 잘 참고 견디어 준 포 ~

20분간 선 자세로 손으로 받쳐 잡고 있는데 항상 10분에서 난리가 난다.

책상에서 허벅지로 위치를 바꾸고 머리를 쓰담 쓰담 달래 주니 끝까지 침을 맞을 수 있었다.


고맙다.  포 ~

수고 했어.  포~



오는 내내 이동장 안에서 코 잔다.

포가 자는 동안 밥 주는 길고양이 ‘사바나’퇴원 시키려고 다시 서귀포 ㅈ 동물병원으로 갔다.

길고양이 사바나는 송곳니가 부러져 수술과 온 몸의 상처로 몇 군데 꿰매고 열흘 정도 약을 먹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데 ㅠㅠ

그냥 풀어 주던지 호텔링을 맡겨야 할 지 고민 중에 편의점 점장님이 임시 보호를 해 주시겠단다. ㅎㅎㅎ (결국은 이분이 사바나를 입양 하셨다. 감사해요)

정말 하늘도 나의 바쁨을 아시는지 정말 꼭 필요할 때 손길을 보태어 주신다.


오늘도 거실 앞 풀만 무성한 미니 정원에는 애옹 거리며 봐 달라는 까망이 냥이 있고 바다 냥이의 스프레이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바다야 ~ 엄마 좀 봐주라 ~’

애원해 보지만 자기 영역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길고양이와 묘연을 맺는다는 것은 항상 주머니를 준비해 두어야 하고 애옹 대는 부름에 움직여야 하고 가라 앉는 가슴을 스스로 토닥여야 하고 맨홀 같은 애잔함을 묻어 두어야 하고 그래서 어느 작가는 이번 생은 망했으니 그냥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


포의 눈망울과 고단한 엄마 집사의 가슴을 안고 위로의 그르릉을 해 주는 애기 냥의 몸짓, 얼굴을 핥아 주는 사랑 냥이의 까끌한 혀의 감촉이 오묘한 집사의 오늘이 된다.

허 ~ 허 ~




임보 9  - 10일 째 . . .



포에게 문제가 생겼다.

포가 아프다.


포가 약간의 핏자국과 연한 분홍색 오줌을 몇 번 나누어 지리길래 엄마집사는 갑자기 맨붕이 왔다.

일요일이라서 문을 연 병원이 있나 찾다가 응급실 한 곳이 있어 정신없이 달려가 봤더니 후지마비로 오줌을 짜는 경우 방광벽이 약해지거나 오줌이 너무 차서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주사 두 방과 약을 타서 먹이니 금방 좋아 졌다.

다음 날 다니던 ㅈ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하고 약을 받아 왔는데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종종 일어날 수 있다고 비슷한 사례도 말씀해 주시고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근심을 한 가득 안고 돌아 왔다.


재활 운동을 계속하고 침 맞고 하니 다리에 근육도 쬐금 붙고 기어갈 때 약간의 두 다리가 접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얼마나 날쌘 돌이 인지 이 방, 저 방, 거실을 막 앞발로 기어 다니고 이제 좋아 하는 자리도 생기고(안 보이면 스크래쳐에서 자고 있음) 창가에 오르고 싶으면 엄마 집사와 창을 올려다 보며 말을 한다.

‘애옹 ~ 애옹 ~~~~’

기특한 녀석 ㅎ



아직 미소 언니 냥이와는 안 친하지만 포를 받아 주는 우리집 오묘들이 너무 이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길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학대 당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을 기도하며 꿈꾸어 본다.

중성화 후 다른 지역에 방사되었던 길아이가 24일 만에 포획틀로 돌아와 제자리로 돌아 갔다는 소식 ㅎ

정말 다행이다.


주변에서 일어 나는 조그만 기적들을 보며 정말 마음이 닿는다면 기적이 생기는 구나 .

오늘도 기적 같은 하루 이기를 . . .

포는 이제 온 집을 헤집고 다니며 오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다 옹~~~~

엄마 집사보다 이제는 오묘들을 더 좋아해 졸졸 따라 다녀서 살짝 질투 날 뻔 ㅋㅋ






작가의 이전글 포 이야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