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글을 쓴다면 반드시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곡. 그들의 발자취가 끊긴 지도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앞으로도 내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밴드. 그 밴드의 노래 중에서도 절대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현시대 분위기에도 굉장히 어울리는 듯한 노래.
언젠가부터 '기쁨'이라는 단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행복'이나 '웃음' 같은 단어들은 그래도 분명히 쓰임새가 많고 자주 활용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자 쉽게 배우는 '기쁨'의 표현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으나 보편적으로 그다지 잘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 꼭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기쁨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쁨이라는 말에 관해 생각해 보자면 다른 단어들보다 순수한? 또는 순진한? 느낌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듯한데, 현재를 살아가는 입장으로서 볼 때 순수함과 순진함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은 이기적이고 사악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현실에서 불가능한 요소를 대리 만족시켜 주는 창작물이 아주 옛날의 신화, 전설, 민담부터 지금의 영화, 드라마 등까지 인기가 많았을 것이다.
사실 이 곡은 특히 1분이 조금 넘는 후주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마치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 머무르게 하고 그곳에 남아있게 하는데, 이러한 여운을 남기는 후주가 없었다면 이 곡의 매력은 절반 이상 떨어졌을 것이라 짐작한다. 전주가 유명하다거나, 훅 또는 킬링파트가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곡들은 많지만 후주가 중심이 되는 노래는 흔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는데, 바로 제목의 의미이다. 이 거리에서 기쁨을 들을 수 없다는 hear/listen의미일지, 아니면 기쁨이 방문하지 않는 visit의 뜻일지.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연히 전자의 의미로만 떠올렸었는데 곡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후자의 의미도 가능하지 않냐는 의견을 접할 수 있었고 듣기에 다소 혹할 만한 해석이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엄밀하게 따지면 '들르지'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그래도 전자가 더 맞지 않을까. 또 '알 수가 없는 너의 단어들에' 라는 가사를 비추어 볼 때도 전자의 해석에 무게가 좀 더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의적인 해석은 곡을 더욱 매력적이고 풍부하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요소이다. 비슷하게 유명한 예시로 NELL의 대표곡 '기억을 걷는 시간'도 기억을 걸어가는 walk의 의미인지, 아니면 기억을 걷어내어 사라지게 하는 fade out의 의미인지에 대한 말이 많았고 실제로 원작자에게까지 전달되었던 사례가 있다. 이 이야기를 접한 보컬 김종완이 후자의 접근을 신기해하기도 했고, 가사 내용을 고려할 때 전자를 의도한 것이겠지만 걷어낸다는 또 하나의 해석은 듣는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은 실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들의 풋풋한 시절
어느덧 이 노래도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델리스파이스라는 밴드는 언니네 이발관과 함께 한국 모던 록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하였고 여러 앨범과 히트곡을 발매하였으며 8집 선공개곡을 끝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런트맨 김민규는 델리스파이스와 스위트피 솔로 프로젝트에 이어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노래를 내고 있고, 베이시스트 윤준호는 경인방송에서 '별빛라디오'를 진행하다가 얼마 전 '델리스파이스의 뮤직시티'로 개편된 후에도 여전히 라디오 DJ를 맡고 있다. 또한 6집까지 함께 했던 드러머 최재혁은 'H a lot'과 '잠비나이'를 거치며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H a lot'은 작년 말 해체)
그들이 밴드를 결성하고 첫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며 야심 찬 꿈을 꾸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는 어떻게 변하였을까? 그리고 당시 그들의 음악에 공감하며 홍대를 누비던 팬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 기쁜 삶을 살고 있을까? 그 당시를 살아본 것은 아니다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또한 순진한 생각이겠지만, 세상 사는 모두가 마음속에 자신만의 기쁨을 간직하며 살아가기를 조심스레 소망해 본다.세상 살기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