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난 밖에서는 소위 ‘혼밥’ 앞에 주저함이 없다. 사실 때로 출근 해 이런 일 저런 일 이 사람 저 사람에 휩쓸리는 오전 후 맞는 점심시간은 부러 혼자 식사를 하고 그 틈에 정신을 환기하기도. 한편, 집 식구들과 함께하는 식사에는 어느 때고 꽤나 진심인 편이다.
오늘 점심은 한살림에서 한가득 장을 봐 온 엄마 덕분에 충동적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간단히 콩국수를 해 먹자는 애초에 생각에서 푸릇아삭 로메인 상추와 상큼한 후무사 자두를 넣은 냉 파스타 샐러드에 소시지를 구워 반찬으로 내고, 요즘 우리 가족이 흠뻑 빠진 ‘라임 소주 모히또’를 곁들이기로.
한살림 장보기는 우리 집 식사 준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특히, 흙이 잔뜩 묻은 주황색 잘빠진 당근이라던지, 땅 속 수분을 아직까지 줄기에 담고 있는 아삭 쌉싸래한 상추라던지, 따끈한 계란 같은 것을 보면 바구니에 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날이면 과소비한 식자재가 곧 이어진 식사 메뉴를 모두 바꾸게 하고, 높은 데시벨로 재료에 대한 칭찬을 식탁 위에 올릴 생각에 절로 신이 난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후무사 자두는 엄마가 참 좋아한다. “엄마 어릴 때는 할머니가…” 매년 이 계절이면 들을 수 있는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을 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운 날씨를 새콤 달달하게 이겨낼 수 있는 비타민이 된다. 아빠는 라임을 사등분하여 얇게 썰어 얼음 가득 넣은 유리잔에 소주와 함께 넣고 흐뭇한 웃음으로 연신 젓고 흔든다. 한낮에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안주와 한잔의 술을 잔소리 없이 마실 수 있어 싱글벙글.
식탁 앞에 네 식구 모여 앉아 꾸미지 않은 재료에 건강한 맛을 더해 적절히 필요한 잔소리를 곁들인 한 끼 식사는 또 하루를 살아가는 양분이 된다.
한 여름의 식사가 끝났다. 이제 선풍기 아래서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야지. 오후의 해는 오렌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