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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Jul 10. 2021

식사

식구: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밖에서는 소위 ‘혼밥앞에 주저함이 없다. 사실 때로 출근  이런  저런   사람  사람에 휩쓸리는 오전  맞는 점심시간은 부러 혼자 식사를 하고  틈에 정신을 환기하기도. 한편,  식구들과 함께하는 식사에는 어느 때고 꽤나 진심인 이다.

오늘 점심은 한살림에서 한가득 장을 봐 온 엄마 덕분에 충동적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간단히 콩국수를 해 먹자는 애초에 생각에서 푸릇아삭 로메인 상추와 상큼한 후무사 자두를 넣은 냉 파스타 샐러드에 소시지를 구워 반찬으로 내고, 요즘 우리 가족이 흠뻑 빠진 ‘라임 소주 모히또’를 곁들이기로.

한살림 장보기는 우리 집 식사 준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특히, 흙이 잔뜩 묻은 주황색 잘빠진 당근이라던지, 땅 속 수분을 아직까지 줄기에 담고 있는 아삭 쌉싸래한 상추라던지, 따끈한 계란 같은 것을 보면 바구니에 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날이면 과소비한 식자재가 곧 이어진 식사 메뉴를 모두 바꾸게 하고, 높은 데시벨로 재료에 대한 칭찬을 식탁 위에 올릴 생각에 절로 신이 난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후무사 자두는 엄마가 참 좋아한다. “엄마 어릴 때는 할머니가…” 매년 이 계절이면 들을 수 있는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을 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운 날씨를 새콤 달달하게 이겨낼 수 있는 비타민이 된다. 아빠는 라임을 사등분하여 얇게 썰어 얼음 가득 넣은 유리잔에 소주와 함께 넣고 흐뭇한 웃음으로 연신 젓고 흔든다. 한낮에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안주와 한잔의 술을 잔소리 없이 마실 수 있어 싱글벙글.

식탁 앞에 네 식구 모여 앉아 꾸미지 않은 재료에 건강한 맛을 더해 적절히 필요한 잔소리를 곁들인 한 끼 식사는 또 하루를 살아가는 양분이 된다.

한 여름의 식사가 끝났다. 이제 선풍기 아래서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야지. 오후의 해는 오렌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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