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ire Aug 04. 2021

커피

광화문에 가면 잘 가던 카페가 있다.

성곡미술관 맞은편 경희궁 뒷길에. ‘커피스트’.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는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진한 원두 향과 그보다 오랜 시간 밴 이야기가 뭉게뭉게 그림처럼 그려져 있었다. 혼자 또는 여럿이 누구라도 이곳의 문을 열고 맨들맨들한 나뭇 바닥에 발을 디디어 들어오면, 자연스레 계절에 관계없는 그 온기에 소란스러운 지금은 그랬던 언제가 되고  잠잠히 편안함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턱을 괴고   이야기를 듣던 그날도 혼자 멍하니 테라스 밖을 바라보던 그 저녁도 반들반들 나무 탁자는 제법 의지가 되었다.

나는 언제나 카푸치노. 한 여름 더위에는 더워서 뜨겁게, 코 끝 시린 겨울에는 추워서 더욱 따뜻하게, 거품 가득, 시나몬 가루 잔뜩 올려서.

 시절, 같은 직장에 다니던 우리는 점심시간에 잠깐, 또는 주말에 종종 커피스트를 찾곤 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거나 각자 책을 읽거나 빛이 좋은 날에는 바깥 테라스 의자에 앉아 광화문의 소음이 지워진 조용한 그 골목길의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그는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언제나 따뜻한 카푸치노. 커피스트는 커피를 내어주는 잔도 예쁘다. 이야기가 들린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공간을 시간이 흘러 지나게 되면 마음에 남겨진 발자국은 한층 또렷하고 선명해진다는데, 커피스트를 지날 때면 산미가 느껴지는 진한 커피 향과 이야기로 가득 차 우리를 덮어주었던 온기가 선명히 그려진다. 커피스트는 비엔나커피가 맛있다던데 카푸치노만 고집하다 주종목을 놓쳤네.


매거진의 이전글 올림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