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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Aug 04. 2021

고민

‘알토 플루트를 위한 얼레짓’ 연주를 보았다. 이 곡의 작곡가는 윤명로 작가의 ‘얼레짓(1984)’을 본인의 어릴 적 추억과 연결 지어 곡을 썼다고 한다. ‘얼레’는 연실을 감은 실패를 뜻하고 ‘얼레짓’은 연을 날리며 실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동작을 말한다. 부드러운 알토 플루트는 유유히 바람에 날리듯 자유롭고 변칙적인 소리들을 만들어 냈다. 왔다 갔다 이리로 저리로.

만든 이는 악기를 시간이라는 캔버스 안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날아다니는 연과 같이 그려냈다고 한다. 또 윤명로 작가는 ‘얼레짓’ 연작을 그리게 된 이유로 “창공을 하나의 캔버스로 볼 때 날린 연과 같이 그림도 자기감정을 감고 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라 말했다.

고민의 얼레를 풀어 그저 바람 부는 대로 유유히 흘려 날려 보내면 어떨까. 마음의 선을 느슨하게 잡고 흐르는 대로 부유하듯 어느 곳이든 흘러가도록. 그러다 어쩌다 방향이 흐트러지면 살짝이 당겼다 다시금 놓아주고. 고민의 타래가 스르륵 풀려 유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절 소년처럼 하하하 웃고 싶다.

연주는 톡 하고 끊어진 연의 자유 낙하를 연상케 하며 끝났다. 유쾌했다. 이제 연은 비로소 진짜 자유를 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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