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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Jun 16. 2023

김치도 풍년, 만두도 풍년

[추억 한 그릇] 김치전골에 플러스알파



가까운 지인분이 나눔 해주신 김치를 넣고 만둣국을 끓였다. 몇 주전에는 언니가 공수해 온 흑돼지와 김치를 푸짐하게 넣어 김치찜을 만들었다. 김치가 풍년인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좋은 재료에 맛있는 김치를 통으로 넣었으니 어느 맛집 부럽지 않다.






명절에 친인척들이 모여 한가득 음식을 해서 나눠먹는 문화를 동경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요즘은 그런 문화가 가족해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엔 단지 함께 만나서 모여 놀 사촌들과 한가득 쌓여있는 명절음식이 부러웠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부모님 양가모두 형제자매들이 많은 대가족이지만 거국적인 모임을 하는 집안은 아니다. 어찌 보면 이미 몇십 년 전부터 현대사회의 가족 같은 모습에 가까웠던 것 같다. 제사도 간단하게 형편에 맞게, 형제끼리 나누어서, 가족 모임은 식당에서.


또 한 가지 부러웠던 것은 '김장 문화'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로 우리 집은 김장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가까운 지인들이 해마다 김치를 나누어주신다. 덕분에 맛있는 김치가 풍년이니 몇 포기씩 소박하게 흉내 냈던 김치 담그기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물론 간단한 장아찌 정도는 만들어 먹지만)


음식 하기를 좋아했지만 거국적인 김장행사를 주체적으로 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보관도 난감하고 많지 않은 가족 수에 다 먹기까지 족히 몇 년은 걸릴 것도 난감하다. 그때그때 맛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눔을 할 만하지도 않다.


여러 모로 아쉽긴 하지만 맛있는 김치가 늘 풍년이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부러웠던 것은 제사나 김장 등 행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서 시끌벅적 떠들고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는 것,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친척 행사가 부러웠던 것 같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신 아버지 덕분에 좋은 곳에 들러 좋은 음식을 많이 경험했지만 푸짐하게 반찬을 늘어놓고 집밥을 먹는 것은 [잊고 있었지만(!)]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일상의 바쁨과 고단함으로 잊고 있었던 집밥에 대한 로망을 요즘 다시 하나씩 실현 중이다.


100% 홈메이드가 아니어도 현대사회의 편리함을 활용해 충분히 훌륭한 한 끼를 나와 가족에게 대접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런 소소한 행복감이 좋다.




아빠에게 늘 그리움이 대상이었던 '만두'와 선물받은 '김치'는 만두전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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