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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2. 2023
우리가 기억하는 '떡볶이'
[추억 한 그릇] 떡볶이에도 정체성이 있다면...
"떡볶이 먹을까?"
"우리 요즘에 떡볶이 진짜 잘 먹는다!"
언니의 주문에 문득 우리가 어릴 때보다 더 떡볶이를 좋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음식 중에 지금까지 즐겨 찾는 음식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떡볶이 외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초콜릿, 과자, 음료수 등 다양한 종류의 간식이 있지만 달다거나, 짜다거나,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등등 지극히 어른스러운 이유로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반면에 떡볶이는 어릴 때보다 오히려 더 자주 먹고 있다. 일상적이다 보니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제는 어른들 중 누군가 만들어주지 않아도, 용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떡볶이집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자주 먹으면서도 특별히 '간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만나면 으례껏 먹게 되는 평범한 음식 정도로 생각하며 성장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긴 시간 함께해 온 떡볶이라면 국민 간식이라는 별칭을 붙여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어른이 된 이후로는 밥 대신 떡볶이로 식사를 때우기도 한다. 한 번씩 매콤한 것을 먹고 싶을 때 단순하게 머리에 떠오르는 음식이 떡볶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매운 떡볶이 맛을 본 이후로 우리 자매는 종종 매운 떡볶이를 탐색한다. 어묵도 늘 한 세트로 주문하곤 했지만 요즘은 다양해진 밀키트를 구매해서 맛을 보는 것도 일상의 재미다. 대신 어묵은 직접 에어프라이기에 구워야 한다. 우리에게는 생략할 수 없는 아주 약간의 번거로움이 추가된다.
오래전부터 나는 음식사진으로 옛시간을 추억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색 있는 음식은 함께했던 사람과 음식을 나눴던 장소로 시간을 되돌린다. 솔직하게 나는 음식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이 더 중요하다. 좋은 사람과는 무엇을 먹어도 추억으로 남는다.
기록을 뒤적거리며 그동안 먹었던 떡볶이 사진들을 모아보았다.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에서 10여 년 만에 먹었던 떡볶이와 고구마튀김.
묽은 듯한 국물에 커다란 양배추와 대파의 조각이 한 두 개씩 무심하게 들어있던 떡볶이다. 고구마튀김은 당연하게도 겉바삭 속 고구마 맛!
물을 몇 잔씩 들이키며 매운맛을 달래야 했던 떡볶이였지만, 매운맛에 익숙해진 탓인지 어릴 때 기억만큼 맵지 않았다. 바삭한 고구마튀김은 긴 시간 잊고 있었던 메뉴! 다시 만나니 오랜 동창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꼬꼬마 때 즐겨 먹던 떡볶이가 익숙한 탓에 지금도 가래떡으로 만든 왕떡볶이보다 얇고 기다란 느낌의 떡볶이를 선호한다. 역시 같은 의미로 단 맛이 추가된 떡볶이보다는 매운맛이 강한 떡볶이가 더 좋다.
떡볶이는 떡볶이로만 존재하던 시절, 어떤 맛 떡볶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요즈음의 떡볶이는 모양도 맛도 고급요리 못지않게 다채롭다.
쫄면을 넣은 쫄볶이, 짜장떡볶이, 닭갈비떡볶이, 오징어떡볶이, 치즈떡볶이, 로제떡볶이 등등.
유행에 편승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한창때가 지나서야 '신문물'을 접하고 놀라움을 표현하게 된다. 국민간식이라는 떡볶이 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맛과 비슷해서 좋아했던 떡볶이,
라면사리부터 메추리알까지 투입된 기다란 떡볶이.
그리고 짜장소스가 추가된 짜장떡볶이.
집에서 밀키트로 쉽게 쉽게 만들어 먹었던 떡볶이와 닭갈비가 들어간 떡볶이. (떡볶이가 들어간 닭갈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먹었던 떡볶이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떡볶이도 있었다. 국수 가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가끔은 밀키트 떡볶이에 갖은 채소를 투입해서 건강하게 먹기도 한다.
진한 양념 소스로 버무려진 떡볶이도 있다. 국물이 많지 않고 매운맛보다는 달달한 맛이 강하다.
5년 전 회사 동료가 사 주었던 오징어떡볶이. 오징어가 통째로 한 마리 들어가 있었던 고급스러운 떡볶이다.
치즈와 김말이, 떡볶이가 혼연일체 된 이름 모를 떡볶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