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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May 04. 2023

그냥 라면이 아니다.

[추억 한 그릇] '파 송송, 계란 탁' 라면



언니는 가끔씩 콩나물을 잔뜩 넣어 라면을 끓여 주었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느껴지는 매콤한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그 뒤로 나는 한결같이 요청사항을 넣었다.


 "나물 콩 듬뿍 넣어서 끓여줘"





아빠는 해장이 필요하거나 갑자기 출출해지면 "라면 있니?"하고 물으셨다.

주재료는 적당히 매콤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맵지 않은 라면 한 봉지, 부재료는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콩나물, 새송이 버섯, 대파 등 다양하다.


라면을 끓이다 콩나물을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가늘고 길게 채 썬 새송이 버섯과 달걀을 얹는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린 후, 그릇에 담아 아버님 앞에 대령한다.  칼칼한 음식은 먹고 싶은데, 매운 음식은 전혀 못 드시는 아빠를 위한 라면이다.


아빠는 한 사발 가득한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근사하게 끓였네"하며 허허 웃으시며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한 젓가락 크게 면을 올리면서 내가 끓여준 라면은 정말 맛있다고 칭찬에 칭찬을 얹는 아빠.






라면을 한동안 먹지 않다가 최근에는 나를 위한 라면도 끓여보자 싶은 마음에 달걀도 올리고 송송 썬 대파도 얹어 보았다. 평상시에는 설거지거리를 늘리기 싫어서 냄비째 먹지만 특별히 그릇에 옮겨 담아보는 정성까지 발휘했다.


라면은 그냥 끓어야 제맛이지 하는 마음도 한편 존재하지만, '근사하게 끓인' 라면이라는 아빠의 칭찬은 더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 끓여 먹도록 만들고 있다.




아빠 덕분에 평범한 라면이 '근사한 요리'가 되었다.

                                                                      


제법 근사한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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