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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Apr 17. 2023

금요일 저녁은 주말 전야제

[추억 한 그릇] 스지수육어묵전골, 와인 한잔


자매의 금요회식. 금요일 저녁은 주말 시작을 기념하는 조촐한 전야제다.


이번 회식은 언니가 미리 주문한 밀키트를 끓였다. '스지수육어묵전골'. 오랜만에 반가운 스지와 수육, 푸짐한 어묵이 가득한 매콤한 전골이다. 레드와인도 준비한다.      






“어느 사이트에서 어묵전골이 올라왔는데 못 보던 거라서 주문했어. 이번주는 그 걸로 한잔해,“     

언니는 새로운 것, 못 보던 것에 호기심이 많아서 일단 주문부터 하고 보자는 주의다.

나는 글쎄. 가성비와 가심비를 열심히 따지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사람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무언가를 주문했다는 언니에게 “또?”를 외치는 동생이라는 점은 일관되다. “또?”를 외치지만 언니가 주문한 제품들은 내가 열심히 가성비를 따지면서 나름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매했다고 자부한 제품들보다 훨씬 훌륭할 때가 많다. “그거 꽤 좋더라. 괜찮더라.”는 나의 디테일한 사용후기(?)에 언니는 신이 나서 새로운 먹을거리나 제품들을 주문한다. (또!)  

        

못 먹어본 것이라 주문해 보았다는 ‘스지수육어묵전골’도 나의 반신반의한 반응과는 다르게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칼칼한,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은 매콤한 맛. 술을 즐겨 먹진 않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한잔’에 관대한 나에게 ‘술 한잔 생각나게 하는’ 메뉴다.          


“아빠가 정말 좋아했겠다.”

아빠 없이 우리 둘만의 회식이 된 지도  벌써 2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늘 같은 대화를 반복한다. 아빠와 함께 먹어본 적 없는 메뉴들을 식탁 위에 올릴 때나 그날 만든 음식이 유난히 맛있게 된 ,  “아빠가 정말 좋아했겠는데?”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근사하다.”

“시원하다~”

“좀 많이 좀 줘봐라.”

“우리 딸들 덕분에 아빠가 정말 잘 먹는다니까.”

기분 좋을 때 두툼한 오른손에 술잔을 쥐고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아빠의 말투와 모습까지 흉내 내본다.  


"아빠 인생에 요즘이 가장 마음이 편할 때라니까."

싱글벙글한 아빠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렇게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제창같은 우리집만의 통과의례(아빠와의 일화)를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되새긴 다음, 자매는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만의 공유 자산.      






집 밖에서 먹는 화려한 안주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준비한 음식으로 소중한 이와 편안히 이야기를 나눈 후 바로 뒹굴 수 있는 집 안에서의 이 시간들이 정말 행복하다. 이 시간은 아무리 길게 늘어져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허용된 소중한 자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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