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그릇] 바짝 구운 베이컨과 쫄볶이, 튀김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소리, 짭조름한 훈제 베이컨의 맛을 처음 경험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는 바삭하다기보다는 적당히 부드럽게 익혀주셨는데, 집에서 먹는 음식들보다 짜고 강렬한 맛이어서였는지 그 양이 늘 많지는 않았었다. 아주 가끔씩만 맛볼 수 있는 베이컨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짠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그 시절 아마도 베이컨을 꼽았을 것이다.
언니가 요청한 <바짝 구운 베이컨> 외 회식 메뉴를 늘어놓고 각자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우리는 장기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지만 가끔씩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단면들을 맞춰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그 시절 나누지 않았던 이야기를 뒤늦게 나누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베이컨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다 보니 언니도 베이컨을 처음 먹었을 때 마치 도시음식을 먹는 것 같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는 내가 잊고 있었던 '칠면조 햄'까지 소환해 냈다. 나는 이렇게 '내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언니가 떠올려 줄 때가 참 좋다. 아빠가 마트에서 칠면조 햄을 처음 발견했다며 흐뭇한 얼굴로 칼질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오랜 시간 내 잠재의식 속에 잠들어 있었다. 긴 시간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 하나를 되찾았으니 얼마나 큰 수확인가! 정말 발전적인 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식에는 주목받고자 하는 이상한 상사도 없고, 일장연설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 욕설도 없다. 시끄러운 술주정이나 과음하는 취객도 없는, 참으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회식이다.
이 회식에는 서로에게 나눌 것들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