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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Apr 02. 2023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소리로
소환된 기억

[추억 한 그릇] 바짝 구운 베이컨과 쫄볶이, 튀김


3월 마지막 주 금요일 회식 메뉴는 언니가 주문한 쫄볶이와 튀김, <바짝 구운 베이컨>이다.

베이컨말이를 하고 남은 베이컨 1팩을 <바짝> 구워달라는 언니의 요청 있었다.




부모님은 도시 사람, 언니는 도시에서 나고 시골에서 자란 사람,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시골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한집에 부대끼며 살아도 크고 작은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 아빠 엄마는 도시 들를 일이 있을 때마다 백화점에 들러 '시골사람'인 나에게는 고급스러운 물건들을 사 오시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베이컨'이었다.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소리, 짭조름한 훈제 베이컨의 맛을 처음 경험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는 바삭하다기보다는 적당히 부드럽게 익혀주셨는데, 집에서 먹는 음식들보다 짜고 강렬한 맛이어서였는지 그 양이 늘 많지는 않았었다. 아주 가끔씩만 맛볼 수 있는 베이컨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짠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그 시절 아마도 베이컨을 꼽았을 것이다. 



언니가 요청한 <바짝 구운 베이컨> 외 회식 메뉴를 늘어놓고 각자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우리는 장기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지만 가끔씩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단면들을 맞춰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그 시절 나누지 않았던 이야기를 뒤늦게 나누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베이컨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다 보니 언니도 베이컨을 처음 먹었을 때 마치 도시음식을 먹는 것 같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는 내가 잊고 있었던 '칠면조 햄'까지 소환해 냈다. 나는 이렇게 '내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언니가 떠올려 줄 때가 참 좋다. 아빠가 마트에서 칠면조 햄을 처음 발견했다며 흐뭇한 얼굴로 칼질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오랜 시간 내 잠재의식 속에 잠들어 있었다. 긴 시간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 하나를 되찾았으니 얼마나 큰 수확인가! 정말 발전적인 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식에는 주목받고자 하는 이상한 상사도 없고, 일장연설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 욕설도 없다. 시끄러운 술주정이나 과음하는 취객도 없는, 참으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회식이다. 


이 회식에는 서로에게 나눌 것들만 존재한다. 



바짝 구운 베이컨말이, 쫄볶이,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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