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고 등따수운 하루가 추가될수록 녀석의 표정에도 조금씩 자신감과 당돌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가족이었다. 이제는 그만 자유롭게 살자, 더 이상의 반려동물은 없다고 다짐하던 차에 운명적으로 아기 고양이를 냥줍했다. 나는 가슴 절절한 이별을 경험한 이후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냥줍을 결정하면서도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은 내게는 없을 거라는 선언비슷한 다짐을 했다.
단지 배부르고 등 따숩고 아플 때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 이상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다라는 생각. 그리고 사람은 사람 자리, 고양이는 고양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철저히 잠자리를 분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녀석을 데리고 온 지 곧 2년째. 우리는 한 방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잠자리 분리를 실패했다. 요즈음의 나는 반려묘분리불안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게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라던 나는<고양이는 곧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