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 프롤로그)
고래는 멀리 가는 법을 안다.
숨을 들이키는 순간, 항해는 시작된다.
다이어리의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첫 문구이다. 살짝 어두운 크림색 표지 한가운데 파란 고래가 그려져 있다. 종이를 몇 장 더 넘기자 나의 첫 세 달을 어떤 이야기로 채우고 싶은지, 지난 세 달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묻는다. 그리고 다가올 1월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도 묻는다.
지난달부터 그렇게 글로 썼는데도 한 번 정리하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쓰는 시간보다도 쓰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정답이 없으니까. 주제가 같아도 저마다 다른 글을 쓰니까. 소재가 같아도 저마다 다른 붓을 달고 다르게 그리니까. 하루를 사는 방향이 정해져 있던 중, 고등학교 시절과는 사뭇 다른 글과 그림이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빈 칸에 생각을 쏟아내고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추리기가 어렵다.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걸 깨닫는 데도 몇 년이 걸렸다. 연초를 여러가지 계획으로 채우지만 그 중 끝까지 남는 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안 뒤부터는 계획을 많이 세우지 않았다. 한때는 아예 세우지 않은 적도 있다. 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르게 1~2달 여유를 두고 매일 글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가 보낸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도 이어지는 하루 속 점이자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새해’라는 걸 빼고는 오늘 해가 뜨는 것도 평소와 똑같으니까. 연초에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면 ‘의욕 과다’이다. 이것만 기억하고 있어도 반은 성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