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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혹등고래 Oct 26. 2024

무엇보다 자신에게 다정하기

만족스러운 자기표현을 위한 첫걸음

 어떤 상태이든  그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기분이나 의견을 표현할 때 어떤 이들은 무시를 당하지만 어떤 이들은 수용받는다. 이는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렸다. 대학생 때 토론을 참 좋아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주장하고, 또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이 과정에서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가 아마 종교와 사회문화를 다루는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 과목 담당 교수님이 서로 토론하는 것을 장려하셨던 터라 수업 중에 자유롭게 의견이 오고 가곤 했다. 하루는 신학과였던 발표자 의견에 난 동의할 수 없었고, 손 들어 질문을 했다. 그때 교수님이 의견을 덧붙이였고, 그때 나는 내 질문이 꽤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했던 것은 교수님은 나를 지적한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지적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의 바르게 질문할 수 있는지 배우는 느낌이었다. 수업에 참여하면서 배운 의사소통 기술들로 나는 끊임없이 손을 들며 질문을 하고, 반박하였다. 나중에는 그 기술이 향상되었는지, 내 질문이 너무 좋았다고 심지어는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향상해야 하는 의사소통 기술 영역은 꽤나 세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학업을 이어가면서 사실에 관계된 토론에 대한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되어 갔지만, '나'라는 사람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은 여전히 제자리였다. 개인적인 관계든 일적인 관계든 갈등이 생겼을 때 조율하지 못하는 상황이 잇따랐다. 말도 안되는 열악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기도 했고, 연애에서는 을의 연애를 자처하기도 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더욱이 공적인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겪어 온 듯 하다. 그리고는 관계에서 의사소통 하는 방법들을 향상해 나갔다. 잘 의사소통 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 미국과 독일을 오고 갔던 경험들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서양문화권에서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기술들과 필요성들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듯 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고,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삶을 고양 시키는 말도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감능력 그리고 감정절제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말을 하기 위해선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는 그 만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A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나는 A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는 태도들이다.


 토론할 때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은 내 주장을 지켜주듯이,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은 나를 지켜주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 단순한 표현들을 포함해, 부당한 것에 대응하는 기술이기도 한 것이다. 또 연애에서는 더 이상 을의 연애를 하지 않는 처세술이기도 하다. 토론을 준비할 때 많은 자료들을 들여다 보고, 정리한다. 관계를 위한 의사소통에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나를 들여다 보고, 내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다정한 태도로 나를 직면하고, 들여다 보고, 재정립할 때 비로소 나를 지켜주면서,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이 향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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