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 덫'은 무엇인가요?
한국 박사를 포기하고 독일유학을 결정한 이후로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지금부터 독일 유학을 준비하려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우리 집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데 내가 독일어를 배우는 일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괴로움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적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독일유학을 5년 만에 결정하고선,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독일어를 열심히 할 수 없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감정적 서사는 과거에 나를 옭아 매는 것 뿐 아니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며, 결국 내 꿈을 부식 시킨다. 독일유학을 결정했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독일어를 배우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사실이 감정적 서사에 압도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감정적 서사는 덫과 같다. 감정적 덫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감정적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두 다리가 묶인 것을 괴로워 하면서, 고소한 치즈 냄새를 맡으며, 고소한 치즈를 먹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감정적 서사라는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인식과 수용이다. 예를들어 사회불안증이 있는 회사원 A 씨는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필 A 씨가 가장 무서워하는 B팀장도 있다. 불안이 덮쳐오는 순간 A 씨가 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두렵다'라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지금 두려운 이유는 과거에...'라면서 그 감정에 서사를 부여하는 순간 감정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내 감정에 서사를 부여하는 순간 발표를 해야 하는 현재는 안 중에 없어진다. 그렇게 현재를 회피하기 시작한다. 또한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수용은 그 감정적 서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그 감정적 서사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과거에 놓았던 그 덫은 나를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쇠로 만든 덫도 녹이 슬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덫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나를 보호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녹슨 덫을 정리하지 못하면, 주변은 지저분해 지고 무엇보다 내가 위험해 진다. 내 덫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하는 괴로움과 죄책감이 한 때는 나를 지켜주었을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이제 그 덫을 걷어 내야 한다. 그래야 삶이 윤택해진다.
독일유학에 가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정말 내가 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결정이 독일유학인 이상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죄책감이 아닌 독일어 공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덫에서 나오지 않거나, 덫을 치우거나. 감정적 서사로 인한 선택들은 내 현재를 속이고, 내 꿈을 부식 시킬 것이다. 그리고 내 결정으로 인한 선택들은 내 현재를 직면하게 하고, 내 꿈을 선명하게 해줄 것이다. 어떤 아름다운다운 삶을 살지는 내 선택이다.